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최근 수년간 일본 건설업체들의 해외시장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전 세계적 건설발주 증가도 한 원인이지만 국내 건설시장 침체의 활로를 해외에서 찾은 게 주된 원인이다. 해외건설에 있어서 일본은 그동안 우리 건설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우리 건설업계의 성과가 우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발 수주급감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앞서 경험하고 이를 시장 다각화와 시스템 개선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 과정은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일본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수주 명암과 수주집중 지역, 해외시장 진출 방식 등을 살펴봄으로써 시사점과 향후 전략과제를 고민해보자.
두바이개발 뛰어든 日건설사 금융위기에 시련
‘신성장전략’ 해외건설 수주확대 프로젝트 추진
민관 협력체계 구축으로 진출방식∙공종 다양화
![]() |
일본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현황
일본 해외건설협회(OCAJI)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해외건설 수주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2002년 7584억엔, 2005년 1조1710억엔, 2007년 1조6813억엔으로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부터 해외수주가 급감했다. 2008년 1조347억엔이었고, 2009년 해외수주 실적은 수주 건수로 1283건, 금액으로 6969억엔에 머물렀다. 2008년과 비교하면 건수로 22.1%, 금액으로 32.7%가 줄어든 수치다. 주된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두바이 등 중동 일대의 건설수주 폭감 때문이다.
지역별 해외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아시아 비중이 가장 높지만 수주액 규모는 중동지역 수주액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 2008년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5653억엔으로 전체의 53.3%를 차지했으나, 2009년은 금액으로는 309억엔이 줄었지만 비중은 76.7%로 오히려 증가했다. 다음으로 중동지역이 2008년 2492억엔으로 전체의 23.5%를 차지했지만 2009년은 2402억엔이 줄어들면서 비중도 1.3%로 큰 폭으로 줄었다.
나머지 지역은 아프리카와 태평양 지역을 제외하면 금액 기준으로 줄었지만 비중 변동폭은 적다.
일본 해외건설 수주의 아시아 및 중동지역 비중 추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아시아 지역의 비중은 2006년 41.1%로 낮아진 경우는 있었으나 꾸준히 50% 이상을 넘고 있고, 중동 비중은 2006~2008년 기간 동안 20%를 넘었으나 2009년에는 1%대로 급락했다.
2009년 중동지역에서의 이러한 급격한 수주액 감소는 일본 대형 건설업체들이 두바이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가 큰 손실이 나자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수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이세이(大成), 시미즈(淸水), 오바야시구미(大林組), 다케나카(竹中工務店) 등이 두바이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상당한 수주를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연이은 설계변경, 인플레이션에 의한 자재가격 상승, 인건비 급등 등으로 인한 원가상승으로 손실을 입었고, 2008년 중반 이후 전 세계적 경제위기로 발주처의 지불능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공사 중단이 속출했다. Weed에 따르면, 2009년 1월 기준 건설 중지나 연기된 두바이 프로젝트는 2조8000엔이 넘는다.
이에 따라 일본 건설업체 중 적자전환 회사가 증가했다. 2008년 결산에서 대형 건설사 27개사 중 12개사가 적자, 6개사의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
![]() |
일본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확대 전략
일본은 신성장전략의 일환으로 해외건설 수주확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해외주재 일본대사관을 지역별로 연결, 정보를 수집하고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를 기획단계에서부터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는 해당국가의 △문화 △계약제도 △상관행 △클레임 발생 시 대응방안 △사후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준다.
초기부터 수주에 관여해 상대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한 후 기술이나 노하우를 제시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도록 힘을 보탠다. 인프라 잠재수요가 많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 미국 등에 이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
또 제3국에 대해서는 개발원조를 기반으로 장기 수주계획을 짜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진출방식과 공종도 다양화하고 있다. 건설사 단독수주, 민관협력, 해외건설사와의 컨소시엄 구성 등의 형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관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물론 외무성, 환경성 등 관련부처들도 나서고 있다.
일본 건설업체들은 두바이 개발붐을 타고 일시적으로 중동사업 비중을 늘렸으나 전통적으로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중국, 터키 등의 건설사들이 대거 진입해 덤핑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중동 지역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일본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아시아와 북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아시아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 국가들이 인프라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빈곤국가들이 많아 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점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자국 건설사들이 반드시 수주할 수 있는 공적원조 시장이 막대하다. 일본의 공적원조 자금 규모는 우리나라의 4배가 넘는다.
일본은 엔차관으로 인프라 건설 자금을 원조하고 이와 연계해 민간 금융기관과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 Japan Bank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의 해외투자 금융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우가 많다.
JBIC 엔차관의 경우도 외형상으로는 비구속성 원조이지만 실제로 자국 업체들에 유리한 입찰 조건을 만들어 발주하고 있다. 차관 공여국인 일본의 컨설턴트가 입찰 절차 및 업체 선정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거나, 자국 업체만이 PQ에 통과할 수 있도록 특수 공정에 대한 실적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시사점 및 우리나라 건설업의 과제
일본 건설업체들은 일본의 공적원조 자금과 수주 확대를 위한 관민의 다양한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동남아 시장을 선점해 왔다.
2000년대 중반 중동 개발붐을 타고 두바이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쓰라린 경험도 했다.
일본은 2009년 중동지역 비중이 1%로 하락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10년까지 중동 수주 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중동에 기술력이 바탕이 된 플랜트 중심으로 수주를 한 반면, 일본 대형 건설사들은 두바이 개발 사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해외건설 시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의 경쟁 상대국인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해외 건설시장인 중동에서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해 직간접적으로 진행되는 공사뿐만 아니라 신규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중동 사업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중동 정세 불안정은 우리나라 해외 건설 수주에 치명타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 국내에서 많은 주택 및 도로, 교량 등 인프라 건설 및 개보수 수요를 확대시킬 것이므로 일본 건설업체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적극성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동에서의 일본 대형 건설업체와의 경쟁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중동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개발사업이나 지나친 수주 지역 집중은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건설 수주 지역의 다각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미개척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수주 확대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도 아시아 지역의 수주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공종별 특화 노력과 함께 정부도 공적 원조를 확대해 우리나라 건설업체의 수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공적 원조 확대를 통한 수주 경험은 미래 시장인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도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