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있어, 대표적 고위험 지진대에 위치한 주변국보다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역사서의 여러 지진기록을 보면 우리 나라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 나라 최초의 역사서로 꼽히는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지진기록은 100여건 이상이며 체계적 관측이 가능해진 고려시대 들어서는 470여년간 총 190건으로 늘어났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무려 2000건에 가까운 지진기록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 기상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33년(1978~2010년)간 국내 지진관측 횟수는 922회이며 이는 연평균 28회의 빈도다. 특히 지진 규모(Magnitude) 4 이상의 발생횟수도 33회이고 지진빈도 및 규모마저 점차 늘고 커지는 추세여서 체계적 대비책이 절실하다.
국내에서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이 제정된 것은 1988년이며 이후 늘어나는 지진발생 및 지진피해 사례보고에 따라 단계적으로 강화됐다. 최근에는 3층 이상 대부분 건축물에 강화된 내진설계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진설계 제정 이전의 건축물은 지진피해에 취약한 상태다. 내진설계를 적용하지 않은 건축물이 전체 건축물의 약 82%에 달한다.
정부는 2009년 3월에「지진재해대책법」을 제정하고 부처별 소관 시설물에 대한 지진안전 대책 및 보강계획 수립을 요구했고 이를 계기로 신축건물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함은 물론 내진대상이 아닌 건축물의 지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도 촉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 및 비내진 건축물의 내진보강을 위한 기술기준은 아직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못한 현실이다. 이로 인해 일선 실무자들간에도 많은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우리나라 비내진 건축물의 구조/시방 특성을 분석해 결함 요인과 연계한 내진보강시스템 개발방향을 제시하고 지진피해 저감을 위한 내진보강 공법 및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기존 비내진 건축물의 구조/시방에 연계한 보강공법 및 기술 시스템화
국내 비내진 건축물은 대부분 저층의 주거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조형식으로는 조적조, 콘크리트 라멘조, 철골조 등이 주로 사용된다.
이 중에서 조적조는 외국 시방과 달리 단순히 벽돌/블록 등을 조합해 벽체를 구성하고 슬래브를 통해 수직하중이 벽체로 전달되는, 무보강 조적조로 되어 있다.
또한 최근에 도심을 중심으로 다세대ㆍ다가구 형태의 주거용 건축물이 다수 건설되고 있으며,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1층의 많은 부분을 필로티 형태로 계획한 것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건축물은 2005년도에 개정된 내진설계기준에 따라 내진설계를 적용해야 하지만 현업에서는 상당수가 내진설계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지진하중 저항을 위한 강도는 물론 구조상세 측면에서도 성능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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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국내 비내진 건축물의 구조적 특징에 대한 현황 파악과 내진성능 평가를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구조 형식별로 국내 비내진 건축물의 구조/시방의 특성을 고려해 예상되는 결함 요인을 파악하고 시공성 및 거주ㆍ사용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이에 적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보강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지진피해 저감을 위한 내진보강 공법/기술 고도화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기존 건물은 지진하중에 저항할 수 있는 강성 및 강도가 확보되지 않는 것은 물론 내진설계 상세마저 적용되지 않아 급격한 취성 파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진 피해로부터 인명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려면 정밀 안전진단을 통해 구조물의 건전도와 연성 능력을 평가한 후 적절한 내진보강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건물에 대한 내진보강은 크게 기존 구조체의 강도를 증가시키는 공법, 부재 및 구조시스템의 연성을 증진시키는 공법, 면진/제진장치를 이용해 지진응답을 감소시키는 공법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개별 기술을 단독 또는 조합하면 효율을 효율을 더 높일 수도 있다.
이 중에서 응답감소형 공법은 구조물에 작용하는 지진충격 에너지를 저하시킴으로써 내진성능을 확보하려는, 새 접근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면진/제진 보강공법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보강공법은 제진장치(damper)의 적절한 조합에 의해 응답 가속도 및 변위를 감소시킬 수 있어 기존 구조 부재의 보강을 최소화하면서도 소정의 보강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응답 감소로 인해 기초보강을 피할 수 있는 장점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면ㆍ제진구조는 내진장치의 비선형 거동에 기초해 지진에너지를 분산ㆍ흡수하는 기술적 특징을 지닌다.
<그림 2>와 <그림 3>에 나타낸 것처럼 면ㆍ제진장치 및 구조물의 비선형 거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해석기술의 개발과 동시에 실무 엔지니어가 간편하게 구조계산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 설계법도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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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건축물의 층 변위를 허용치 이내로 제어하면서 동시에 제진장치가 가능한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해 댐퍼에 유도되는 변위를 증폭시킬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념을 더욱 발전시켜 여러 단계에 걸쳐 변위를 증폭하는 시스템을 구성하면 더욱 향상된 내진보강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제안된 제진시스템을 소위「다중변위 증폭형 제진시스템」이라 한다. 다중변위증폭형 제진시스템은 기존의 상용화된 토글형 제진시스템이 제한된 증폭비(2~3배)를 갖는 데 반해 변위 증폭비의 제한이 거의 없는 장점이 있다.
특히 건물구조물의 특성상 층간변위가 매우 작고 제진시스템이 주로 층간에 설치되는 특징을 감안하면 고효율ㆍ고성능 내진보강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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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구조자원연구실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