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도 산과 강이 많은 국토공간의 지형적 특수성과 배산임수(背山臨水), 풍수지리(風水地理)와 같은 이념적 특수성에 따라 역사적으로 많은 도시가 하천 주변에 형성돼 왔다.
그러나 근대 이후 국내 수변공간은 치수(治水)와 이수(利水) 등 기능적 목적으로만 관리, 사용됐고 시민들의 이용을 위한 친수(親水)기능의 활용은 부족했다.
이런 문제점들은 결국 수변공간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도시공간에서 분리, 방치되는 결과를 유발했는데, 근본적으로는 하천과 수변공간을 시민들이 사용하고 즐기는 도시공간의 일부로 계획, 관리하지 못하고 도시 경계이자 방재 대상으로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도시공간에서 수변공간의 가치와 좋은 수변공간이 가져야 할 요건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수변공간을 활성화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변공간을 도시공간 조성의 새 동력으로 제시하는 ‘리버 노믹스’의 첫 연구이며 앞으로 진행될 수변공간 조성을 위한 세부 실천전략이 되기를 바란다.
수변공간의 도시공간적 가치와 현황은
도시공간에서 수변공간은 사적으로 점유되지 않는 대규모 개방 공공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
둘째로 물이 갖는 친수성, 소리가 갖는 특성, 바람이 흐르는 특성 등 총체적인 물의 어메니티를 기반으로 한 쾌적함과 아름다움이란 가치가 크다. ‘흐름’, ‘파동’, ‘반사’와 같은 물의 고유 특성으로 도시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세번째 가치는 수림과 물이 어우러지면서 형성되는 자연적인 ‘환경성’이며, 이는 생태적인 도시내 녹색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항상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물이 가지는 항상성과 일찍부터 하천 주변에 도시공간이 형성됨에 따라 독특한 ‘장소성’과 ‘역사성’을 제공한다.
국내 수변공간과 관련해 주거, 상업, 산업, 녹지 등 유형에 따라 4곳을 정해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나왔다.
공간구조 측면에서는 수변공간과 도시공간의 단절 및 연계성 부족, 제방과 간선도로에 의한 공간적 단절, 공공공간 및 시설의 배치부족 등의 현상이 뚜렷했다.
토지이용 측면에서는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토지이용계획과 주변 도시지역과 연계되지 못하는 토지이용계획 패턴이 도출됐다.
경관 및 건축물ㆍ시설물 조성 부분에서는 수변 랜드마크나 경관점 조성, 건축물 경관관리 부족, 경관축 설정의 문제점 등이 나타났다. 남향의 고밀도 주거건축물 조성에 따른 폐쇄적 경관이나 수변공간 고유의 장소성 구현, 역사문화 경관에 대한 체계적 활용 결여 등의 문제도 노출됐고 환경 및 기반시설에 있어서 제방과 시설물의 위압적인 디자인도 심각했다.
수변공간 우수사례의 시사점은
국내외에서 8개 도시가 수변공간 우수사례들로 분석됐는데, 그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도시공간 구조 측면에서는 수변공간 중심으로 도시공간 구조를 재편하거나 수변공간으로 접근하는 도로체계 보완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인데, 수변공간에 공공공간이나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건축물 및 시설물을 배치하는 등 도시계획시설의 입지선정 단계부터 수변공간의 활성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토지이용 측면에서는 수변공간의 토지이용을 복합적으로 구성하고 하천과 도시공간간 연계형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수변공간을 활력있는 공간으로 활성화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또 경관 및 건축물ㆍ시설물 부분에서는 수변공간을 중심으로 랜드마크나 경관조망점, 통경축을 배치하고 경관관리를 진행했고 수변공간 고유의 장소성 회복을 위한 규제 및 유도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마지막으로 환경 및 기반시설 부분에서는 인공적인 하천을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변모시켜 시민들의 활용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량, 제방 등 SOC 시설에 대해 친수성이 높은 디자인을 적용하고 이를 위해 통합적 계획체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 |
수변공간 활성화를 위한 도시계획 및 설계 방향은
도시계획 및 도시설계상 수변공간 활성화 방향은 일반적 도시계획 체계에 따라 공간구조, 토지이용, 경관 및 건축물ㆍ시설물, 생태환경 및 기반시설 등 네 가지 부문에서 제시할 수 있다.
공간구조 부분에 있어서는 수변공간 중심의 도시 및 공간구조 재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도시성장축, 녹지축, 접근축 등 도시기본계획상 내용을 수변공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수변공간 주변에 공공공간을 배치해 친수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창조적 문화거점형 공공시설이나 공공공간을 수변공간 주변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공공간 주변에는 제방과 도로를 연계한 보행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토지이용 부분에서 수변공간을 활성화하려면 아파트나 공장 일변도의 획일적 이용보다 복합형 토지이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별도 수변지구를 도입하거나 수변공간에 특별계획구역을 지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경관 및 건축물ㆍ시설물 조성부분에서는 창의적 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건축 및 시설물 디자인 기준을 각각의 수변공간에 적합하도록 수립해 제안하고, 창의적 디자이너의 참여를 유도하되 수변의 역사문화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동서방향 하천에 늘어선 남향 일자형 아파트에 의한 폐쇄적 경관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다.
넷째로 생태환경 및 기반시설 부분에서 친환경 생태하천조성 쪽으로 유도하고 완경사 슈퍼제방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댐, 교량, 제방 등 수변 SOC시설에 대해서는 도시계획시설 사업과정에서 디자인 평가기준을 도입하고 이를 관리할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물ㆍ수변공간에 대한 인식변화가 가장 중요
최근 인구저성장, 도심부 쇠퇴 등의 도시정책 여건변화와 산업구조 개편 등에 따라 수변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4대강살리기 사업이나 부산 온천천, 울산 태화강 등의 수변공간 개선사례, 녹색성장, 기후변화 등의 전 세계적 관심은 도시공간 내의 물과 수변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정책적 변화에 부응해 좋은 수변공간이 되기 위한 요건과 수변공간을 활성화할 도시계획 및 도시설계 방향제시를 위한 기본틀과 세부전략을 제안했고 특히 지역주민, 전문가, 하천관련 부서가 연계되는 ‘수변공간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향후 공간구조, 토지이용, 경관 및 건축물·시설물, 환경 및 기반시설 등에 대한 세부 실천전략들이 후속 연구 등을 통해 구체화할 것이다. 특히 경관 및 건축물 시설물 관련 분야는 공간구조, 토지이용, 환경 및 교량과 같은 SOC 시설 모두에 영향을 줄 요소이며 최근 환경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을 고려할 때 우선과제로 중점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시대 이후부터 도시공간에서 멀어졌던 수변공간이 현재 도시성장의 새 동력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런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단초가 될 수 있고 앞으로 관련 제도와 계획에 대한 연구가 연계되고 구체적인 지침, 정책에 담겨 수변공간을 활성화하고 도시공간을 재편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권영상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좌측 사진)/조민선 연구원(우측 사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