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치사율은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수를 말한다. 교통안전공단이 최근 3년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기상상태에 따른 교통사고 치사율에 따르면 안개가 끼었을 때 8.9명, 흐린 날씨 3.9명, 비오는 날씨 3명, 눈 오는 날 2.5명, 맑은 날 2.4명으로 나타났다. 맑은 날과 비교했을 때 안개 낀 날의 교통사고 치사율이 3.7배 이상 높은 것이다.
운전자는 도로 정보의 90% 이상을 눈으로 수집한다. 따라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안개 낀 날에는 보행자 부주의도 많고, 과속, 급정지시 추돌이나 도로 이탈 등과 같은 사고 발생률이 높다. 특히 사고 발생시 연쇄 충돌과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피해자가 많은 것이다.
건설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안개도로 안전운전지원 시스템은 안개 낀 날에 시야 확보를 도와 대형 교통사고 발생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운전자 가시거리 확보가 관건
안개는 맑고 바람이 없는 땅 위의 공기가 차가워질 때, 따뜻하고 습한 공기 덩어리가 산의 빗면을 타고 올라갈 때, 찬 공기가 따뜻한 물 위를 지나갈 때 등 다양한 원인으로 생긴다. 또한 안개의 정의를 보면 관측자의 가시거리가 1km 미만 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안개 낀 도로 위에서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최대 거리가 1km라는 뜻이다.
이번에 개발한 안개도로 안전운전지원 시스템은 운전자가 가시거리를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도로 주변에 경고등과 시정계를 설치하여 본 시스템은 총 세 가지 구성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설치된 도로의 가시거리를 측정해 알려 주는 시정계와 과속 및 차간거리 미확보 차량에 주의를 주는 경고등, 마지막으로 도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컨트롤러다.
시정계는 안개의 농도를 측정해 가시거리를 계산하고, 적외선을 이용한 차량 검지기는 차량이 통과하면 자동으로 경고등이 점멸하도록 하며 외산 대비 약 1/6~1/8로 저가의 보급형으로 개발했다. 컨트롤러는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감시한다. 경고등은 안개 낀 도로에서 후방차량의 운전자가 전방차량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양방향으로 빛을 밝힌다. 또한 평상시 경고등은 동작하지 않지만, 야간에는 시선유도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안개 낀 날 시정 80% 확보, 교통사고 30% 저감이 목표
이번에 개발한 안개도로 안전운전지원 시스템은 이미 국내 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일반 국도 37호선 눌노천교 주변 1km 구간에는 도로 주변에 경고등, 시정계와 차량의 주행속도와 편차를 분석하기 위해 속도검지기를 함께 설치했다.
맑은 날 데이터 수 약 17만개, 안개 낀 날 데이터 수 약 3000개를 분석한 결과, 시스템을 작동시킨 후 평균 주행속도가 약 10km/h, 속도 편차는 약 8km/h 감소됐다. 도로에 설치된 안개 대응 시스템이 통행 차량의 주행속도를 감소시킴과 동시에 속도편차도 줄여 안정적인 교통흐름에 기여한 것이다.
이밖에 제주도 평화로(1135호선), 시화대교(제2서해안고속도로), 새만금지구 등에도 안개 대응 시스템이 실제 설치됐거나, 앞으로 시공될 예정이다.
안개 낀 도로에서 운전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교통사고 치사율 등의 데이터도 그 위험도를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도로상에는 안개에 대비한 시거 확보용 안내표지 및 정보제공 시스템 설치가 미흡한 편이다. 시거는 시야가 다른 교통으로 방해받지 않는 상태에서 승용차의 운전자가 차도상의 한 점으로부터 볼 수 있는 차도 전체를 말한다. 따라서 안전한 운행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거 확보가 필요하다.
본 시스템 개발을 통해 안개 낀 날 시정 80% 확보, 교통사고 30%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개로 인한 치사율을 절반만 줄일 수 있다면 연평균 약 88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안개 대응 시스템은 도로교통 안전 문제에 대해 운전자 중심에서 안전한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공공복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준화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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