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의 쾌적한 공기 유지를 위해 기존에 주로 쓰이는 장치는 공기 조화기(이하 공조기)용 에어필터이다. 냉난방을 위한 장치인 공조기에 먼지를 거르는 필터를 달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에어필터를 주기적으로 세척하거나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하는 데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필터의 교체와 세척이 필요 없는 공조기 장착용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미세먼지가 가지는 원심력을 이용해 공기의 흐름에서 먼지를 분리하는 원리로 가정용 진공청소기에도 사용되지만, 공조기용 에어필터를 대체할 수 있는 다중 사이클론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효율적, 경제적으로 미세먼지 관리
에어필터 없이 미세먼지 분리 기술이 가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원심력을 이용한 사이클론 기술이다. 이 기술은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공청소기의 원리를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국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은 기존 진공청소기의 필터에 먼지가 쌓이기 시작하면 흡입력이 떨어지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필터가 필요 없는 진공청소기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 기술이 사이클론 기술이다. 청소기가 흡입한 공기를 회전시키면 먼지의 수십만 배 질량에 해당하는 원심력이 생기고 이 입자가 저장용기에 쌓이게 된다. 모인 먼지를 휴지통에 버리기만 하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탄생한 진공청소기는 1986년 시장에 출시해 수많은 상을 휩쓸었고 현재는 전 세계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전제품이 되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미세먼지 저감장치도 위와 같은 이유와 원리로 개발됐다. 먼지를 포함한 공기가 수직방향으로 통과하는 기존 사이클론 방식과는 다르게 축방향으로 사이클론 유닛을 통과하면서 먼지에 원심력이 생기게 된다. 공기의 흐름에서 바깥으로 벗어난 먼지는 하단부 먼지 트랩(dust trap)에 침적된다. 트랩 안에 카메라와 LED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인터넷으로 내부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며,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사이클론 방식 공조기 장착용 미세먼지 저감장치는 다방면으로 파급효과가 높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의 기대효과가 크다. 기존 에어필터 방식과 비교하면 부품의 교체가 필요 없고, 사용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미세먼지 포집에 의한 압력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필터의 재생과 관련한 내부 회전 또는 이동이나, 물과 공기를 분사하는 부품 역시 전혀 없기 때문에 오작동이나 고장의 위험이 없다. 이에 따른 세척, 교환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지하역사에 적용되는 공조 에어필터의 시장규모는 약 710억원 규모이며, 세계시장 규모는 4200억원이다. 사업 성장률을 10%로 가정하면 성장초기인 2017년에는 1만16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역사 외 일반 상업빌딩 공조기 시장을 고려하면 경제효과는 몇 배 이상 증대될 것이다.
△세계 최초 공조 시스템 서울메트로 설치
최근 서울메트로 4호선 이촌역에 다중 사이클론 미세먼지 저감장치가 설치됐다. 역사 내에 있는 820CMM급 승강장용 공조기 내 축류형사이클론 유닛 72개가 기존 부직포필터를 대체하는 다중사이클론 시스템으로 변경 적용된 것이다.
기존 공조기용 에어필터의 경우 필터의 세척 및 주기적인 교체 비용이 공조기 한 대당 연간 120만원, 지하 역사 1곳에 설치된 6대 기준으로 연간 약 700만원이 소요됐다. 따라서 새로 개발한 다중 사이클론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초기 설치비용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하 역사 한 곳당 연간 유지관리비 700만원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지하 역사만 고려해도 500곳이 넘으니 절감 비용은 수십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촌역 승강장 공기질 개선 효과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인 성능 평가 및 개선연구를 완료하였으며, 광화문 역사에 현장적용하는 연구가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다중 사이클론 시스템의 성능은 10마이크론 이상의 먼지를 95% 이상, 2.5마이크론 크기의 미세먼지 양을 절반 이상 저감할 수 있는 먼지포집효율을 가지고 있다.
미국 6개 도시의 8000명 대상 조사결과에 따르면 1㎥ 당 미세먼지 농도가 10마이크로그램씩 증가할 때 마다 하루 사망률이 1%, 사망 위험이 5% 증가한다. 이 밖에도 이미 많은 국가에서 미세먼지에 따른 사망률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밀접한 상관관계가 규명되었다.
향후 사이클론 방식 공조기용 미세먼지 저감장치가 상용화될 경우, 최소의 유지 보수 비용으로 수많은 대형 쇼핑몰, 초고층 건물 등의 효율적인 공기질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다. 더불어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우려되는 지하 공간에 대한 관리는 국민의 건강 및 공공복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권순박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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