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비구속성(언타이드, untied) 원조’란 해외원조시 국내 기업이 수주하는 조건을 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2010년 10월 비구속성 비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제개발협력 선진화방안을 마련했으며, 같은 해 12월 분야별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와 같은 ODA의 비구속성 원조 비율 확대는 시공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하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 기업이나 현지 기업들이, 엔지니어링에서는 선진국 기업들이 수주할 가능성이 커지는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ODA 언타이드화 추진 동향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 ODA 규모는 약 15.5억달러(잠정)로 국민총소득(GNI)대비 0.14%이다. 이 가운데 △무상원조가 59.5%(6억9600만달러) △유상원조 40.1%(4억6600만달러) △양자원조 74.9%(11억6200만달러) △다자간 원조가 25.1%(3억8900만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ODA 규모를 GNI의 0.25%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규모 확대와 더불어 지난 2008년 제시된 로드맵에 따라 2015년까지 전체 ODA의 75% 수준까지 언타이드 폭을 확대할 예정이다. 유상원조는 오는 2015년까지 비교우위에 있거나 구속성 원조의 실익이 없는 사업으로 50%까지 언타이드화할 계획이다. 무상원조도 MDGs(새천년 개발 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달성 목표 연도(2015년)를 고려해 2015년에 100% 언타이드화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2007년 이후 우리나라 ODA의 언타이드화 비율은 급격히 증가해 2011년에는 전체 양자 간 원조 중 언타이드 비율은 이미 51.1%나 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언타이드화 비중을 다시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무상원조는 2007년 이후 언타이드화 비중이 급격히 증가해 2011년에 이미 68.4%에 달했다. 반면, 유상원조는 2006년까지는 언타이드 지원이 전혀 없다가 DAC 가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언타이드 지원을 시작해 2011년에는 전체 유상 지원액 중 46.3%까지 확대됐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OECD DAC 가입에 따라 언타이드화 확대 정책에 더 큰 영향을 받을 부분은 유상원조인 대외협력기금(EDCF)인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EDCF의 경우 단위당 지원 규모도 크고 시공 분야에 지원되는 비중이 높으므로 향후 언타이드화가 지속될 경우 해외건설 시공분야에 미치는 상대적인 파급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언타이드화가 해외건설에 미치는 영향
해외건설과 관련해 ODA, 특히 EDCF는 상업성 자금과 더불어 발주자의 금융 제공 요구에 대응해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재원 중의 하나이다. 동시에 중견 및 중소 건설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리스크 속에서 해외건설 진출 경험 및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수주의 원천이다. 2000년 이후 재정이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시공자에 대한 금융제공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ODA 재원사업은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가 확실하고, 국내 기업 간 경쟁이므로 기술력, 프로젝트 관리 능력 등이 다소 취약한 중견 및 중소 건설업체들도 적은 비용으로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ODA를 재원으로 한 해외건설 수주 실적을 보면 2011년 71건, 약 6억7000만달러로 가장 많았으며, 연평균 약 50건 내외, 2억~5억달러 내외의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공종별로 보면, 건수 기준으로는 용역의 비중이 가장 높아 전체 ODA 재원 공사 중 약 70% 내외를 차지했으며, 금액 기준으로는 토목 공사의 비중이 가장 높아 역시 약 70% 내외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업설비의 비중이 높아져 2012년에는 금액 기준으로 전체 ODA 재원 공사 중 산업설비가 16.8%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지역별 ODA 지원 현황에서와같이 아시아 지역의 비중이 건수나 금액 양 측면에서 모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비중도 커져 2012년에는 건수로는 24.5%를 차지했으며, 금액으로는 46.1%로 아시아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ODA를 재원으로 한 해외건설 수주가 전체 해외건설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건수와 금액 양 측면에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즉, 최근 5년간 전체 해외건설 수주 중 ODA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연평균 약 8% 정도이며, 금액 기준으로는 0.8%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2011년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DAC 23개 회원국 중 22위로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특히 금액을 기준으로 할 때 비중이 더 낮은 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ODA 재원 사업 중 과반수 이상의 건수가 용역으로 단위당 규모가 작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과 같이 2015년에 ODA 규모가 GNI 대비 0.25%까지 확대된다면 ODA가 해외건설, 특히 중견 및 중소 건설업체들의 수주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증대될 것임이 분명하다.
참고로 현재 ODA의 90% 이상이 언타이드로 발주되는 일본의 경우 총 ODA 중 일본 기업이 수주하는 비중은 30% 내외(용역 31.5%, 시공 25.7%)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볼 때 우리나라 ODA의 75%가 언타이드화되는 2015년에는 전체 ODA 금액 중 우리나라 업체들이 수주하는 공사·용역의 비중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대응책 검토 방향 제언
ODA 언타이드 확대에 따르는 수주 감소 효과를 완화시키기 위해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첫째 민관협력(PPP)사업에 대한 지원 및 투자 확대에 나서야 한다. 현재 아시아의 우리나라 주요 협력 대상국들은 재정 부족으로 PPP 방식으로 인프라 사업 추진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으며, 중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들도 재원 부족으로 플랜트 사업에서도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간 기업들이 대규모 인프라 및 플랜트 사업을 추진할 때 ODA 자금을 수원국 정부의 출자금 등으로 대출하거나, PPP사업의 일부 수행을 위해 수원국에 차관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간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PPP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의 일정 부분을 직접 투자하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 방안의 모색이 요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EDCF 관할 기관이 PPP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 역량을 갖추고 선별 기준을 마련하고, 나아가 다국적 개발은행들(MDBs)이 PPP사업에 지분을 투자할 경우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벤치마킹이 요구된다고 본다.
둘째 기술 협력과 유상지원의 연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향후 ODA 언타이드화에 따른 영향을 더 크게 받을 부분은 유상지원인 EDCF이다. 따라서 무상지원인 기술 협력을 통해 수주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한 사업의 경우 유상 지원인 EDCF를 상대적으로 보다 좋은 조건으로 연계하여 지원함으로써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 가능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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