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최근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는 건설수주의 침체 현황과 원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건설투자의 현황과 회복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최근 건설경기 국면을 정확히 진단하고, 2014년 건설경기 흐름을 예측하고자 한다.
△건설수주 2008년 이후 감소세
국내 건설수주의 침체는 2008년 이후 시작했다. 대한건설협회의 월간 발표 통계를 기초로 볼 때 종합건설업체의 국내 건설수주액은 2007년에 127.9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2011년에 전년 대비 7.2% 증가해 반짝 회복세를 보였으나, 2012년에는 다시 감소했다. 2012년 국내 건설수주는 101.5조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2005년의 99.4조원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더욱이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2005년 기준 불변금액으로는 73.9조원에 불과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의 67.5조원에 근접했다. 국내 건설시장의 절대적 규모가 10년 이전 수준으로 퇴보한 것이다.
더욱이 국내 건설수주는 2012년 8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반짝 회복세를 보인 국내 건설수주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11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총 17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장기간의 감소세이다. 국내 건설수주의 침체가 외환위기 직후만큼이나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원인은 거시경제와 주택경기 복합침체
그러면 국내 건설수주가 무엇 때문에 이러한 장기간의 극심한 침체를 이어가고 있을까?
바로 민간 건설수주의 부진 때문이다. 공공 수주는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정권 교체, 공공기관 기관장 교체 등의 영향으로 발주가 부진하다가 2013년 하반기 이후 차츰 발주가 정상화되고 있다. 그런데 민간 건설수주는 2012년 8월부터 시작된 극심한 침체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민간 건설수주는 2011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회복세를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2009년에 급감했던 민간부문의 비주거용 건축수주와 토목수주 등이 2010년부터 거시경제 회복과 함께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2011년에 동 수주들의 회복세가 이어져 민간부문 비주거 건축수주는 2011년에 역대 두 번째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2012년 거시경제가 당초 예상과 달리 ‘상저하고’가 아닌 ‘상저하저’의 흐름을 보였다. 국내 거시경제의 회복이 예상과 달리 늦었다는 얘기다. 결국, 2012년 하반기부터 국내 거시경제가 당초 예상과 달리 회복이 불투명해지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 비주거용 건축수주와 토목수주가 급격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민간의 비주거용 건축수주와 토목수주는 거시경제 흐름에 영향을 받으면서 약 1·2분기 후행하며 거시경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그런데 당초 예상과 달리 회복세가 불투명해진 국내 거시경제 때문에 2012년 하반기 이후 민간 비주거 건축수주와 토목수주가 위축된 것이다.
또한, 민간부문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수주 역시 부진이 이어졌다. 민간 주택수주는 2011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지방 주택수주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면서 저점을 지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2년 하반기 이후 지방 주택수주가 짧은 회복세를 마무리하고 다시 둔화되기 시작했다. 반면 수도권 주택수주는 여전히 침체가 지속되면서, 민간 주택수주가 2012년 하반기부터 다시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민간 주택수주의 감소세는 2013년 3분기까지도 이어졌다. 그 결과 민간 주택수주의 1~9월까지 누적액은 15.6조원에 불과, 지난 2009년을 제외하고 최근 12년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투자 올해 회복세로 전환
그런데 건설수주와 마찬가지로 2008년부터 감소세를 보이던 건설경기 동행지표인 건설투자가 2013년 들어 강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동행지표인 건설투자는 2013년 들어 강한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건설투자는 2013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2013년 1분기 건설투자의 2.4% 증가는 12분기만에 플러스(+) 증가율로 돌아선 것이었다. 건설투자 증가세는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하면서 더 크게 확장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속보치이기는 하지만, 3분기 건설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것으로 최근 발표되었다.
△2분기 이후 정책효과
2분기 이후 건설투자의 증가세는 전년 동기 대비 7% 이상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1분기 증가세를 견인했던 건설수주의 기성진척 효과와 더불어 추경예산 편성 및 집행, 4·1대책 등의 정책효과가 가세했기 때문이다.
추경예산 중 세입 보전분을 뺀 세출 증가액이 5.4조원에 달했는데, 이 세출 증가액의 72.4%인 3.9조원을 2분기에 집중 배정했다. 추경예산 중 SOC 예산 증가액이 7000억원이었는데, 2분기 이후 집중 집행됨에 따라 2분기 건설투자 증가세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또한, 4월1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인 4·1대책 역시 2분기 건설투자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 동 대책 발표와 동시에 4월 주택거래가 전년 동월비 17.5%나 상승했는데, 기존에 쌓여 있던 미분양 주택을 포함해 오랜만에 주택거래가 회복세를 보였다. 미분양 주택이 매각되면 재고로 계상되어온 미분양 주택 건설비용이 일시에 건설투자에 반영된다. 아울러 취득세 등의 거래비용도 건설투자에 반영되므로 증가 효과를 낳게 된다. 결국 2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고, 이러한 상승세는 3분기에도 이어졌다.
비록 속보치이지만, 3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비 8% 증가한 것으로 최근 발표되었는데, 이 역시 2분기와 마찬가지로 정책효과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6월 말 정부는 2013년 하반기 거시경제 여건이 여전히 취약할 것으로 보고, 공공투자 확대 조치를 발표했다. 또한, 8월28일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 영향으로 9월 주택거래도 급증했는데, 수도권 주택거래는 전년 동기비 50% 가까이 급증했고, 특히 수도권 아파트는 전년 동월비 100% 거래가 증가했다. 전년 동월에 비해 2배나 거래가 늘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공공 투자가 증가하고, 주택 거래가 일시적으로 급증함에 따라 3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비 8% 증가하며 양호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4분기에도 부동산 대책의 혜택이 이어지고, 공공부문의 투자가 계속될 것임을 감안할 때 건설투자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수주 침체 내년 건설투자에 부정적 영향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와 달리 2013년에 매우 양호한 회복세를 보인 건설투자는 과거 일시적인 건설수주 회복세의 기성진척 효과와 더불어 주로 정책효과에 기인해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 3분기까지 극심한 부진을 보인 건설수주의 영향으로 건설수주 지표의 후행지표이며, 건설경기 동행지표인 건설투자가 2014년부터는 회복세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건설수주와 건설투자 간의 시차를 분석해보면 약 17개월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건설수주의 침체는 2014년 초부터 건설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14년에는 2013년 건설투자 회복세를 견인했던 정책효과가 일부 사라진다. 정부의 SOC 예산이 올해 대비 7% 감소했다. 다만, 건설수주는 통상 2~5년 정도에 걸쳐 기성으로 진척됨에 따라 최근 건설수주의 감소세가 2014년 건설투자에 미치는 감소효과는 약 3년 정도에 걸쳐 분산되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말 국회에서 4·1대책, 8·28대책의 입법화가 이뤄지면 주택투자는 최소한 감소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2013년 양호한 회복세를 보인 건설투자는 2014년에는 증가세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위에서 분석했던 요인들과 각종 선행지표의 추이를 기초로 전망했을 때 2014년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0.2%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건설경기 동행지표인 건설투자가 올해의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횡보세를 보인다는 얘기다. 결국, 올 한해 정책효과 등에 힘입어 양호한 회복세를 보인 건설투자를 기초로 현재 건설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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