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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빅 데이터, 건설산업 기여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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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1-28 05:40:06   폰트크기 변경      
강상혁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범죄발생 가능지역과 시간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절도 사건은 12%, 강도 사건은 26% 감소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은 매일 12시간 내에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치를 알려 준다. 본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는 지난 80여년 간의 1300만건 사건기록을 분석했다.

   이렇게 미래를 예측하는 범죄 예보 시스템 개발을 가능케 한 것은 빅 데이터(Big Data) 기술이다. 본 고에서는 빅 데이터가 건설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건설업계는 빅 데이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빅 데이터란 무엇인가

 빅 데이터는 종래의 방법으로는 수집, 저장, 검색, 분석이 어려운 방대한 양의 데이터 집합, 그리고 이를 관리·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조직 및 관련 기술을 포괄하는 용어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자면 빅 데이터는 4V로 통칭되는 규모(Volume), 다양성(Variety), 속도(Velocity), 가치(Value)의 측면으로 정의할 수 있다.

 처리하는 데이터의 규모가 메가(Mega, 100만), 기가(Giga, 10억)바이트에서 테라(Tera, 1조), 페타(Peta, 1000조), 엑사(Exa, 100경)바이트로 증대됐다. 데이터 범위에 있어서는 엑셀과 같이 규격화된 틀에 일목요연한 표로 구성할 수 있는 정형 데이터에서 동영상, 음악, 메시지, 소셜 미디어, 게시물 등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로 그 종류와 유형이 다양해졌다. 또한 유통 활용 주기는 몇 일~몇 주에서 몇 분~몇 초 단위로 빨라졌다.  

 △왜 데이터인가

 기업들이 데이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가장 각광을 받았던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과거에는 운수를 보거나 절대자의 의견 또는 권위 있는 사람의 학식에 의지했지만, 최근에는 통계라는 도구를 토대로 한 과학적 예측 기술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적 예측 기술의 기저에는 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즉 현대사회같이 불확실한 시대에는 미래에 대한 예측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마련인데, 데이터는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주는 유일한 재료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의 가치가 이토록 높아진 것이다.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05년 ‘부의 미래’에서 부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지식을 꼽았다. 그렇다면 지식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논리적 구조로 본다면 지식은 귀납적 또는 연역적으로 생성된다. 그 중 새롭고, 사실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은 귀납적으로 얻어진다. 이렇게 귀납적 방법으로 얻어진 사실적 지식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여기서 귀납적 지식 생성 방법에 원료로 쓰이는 것이 바로 데이터이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부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요소는 지식이고, 지식을 생성하기 위한 원 재료는 데이터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가 주목을 받는 것이다.  

 △빅 데이터, 건설산업 발전에 기여 가능해

 현재 건설산업에서 데이터 활용도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현황을 반영하듯 매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GI)에서는 건설산업 분야가 빅 데이터를 통해 생산성 증진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네 가치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첫째 빅 데이터 인력 부족이다. 건설 분야에는 빅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통계와 기계학습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둘째 건설 분야는 IT 집중도(IT intensity)가 낮다. 아무래도 빅 데이터가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IT 집중도가 높은 산업 영역이 상대적으로 높은 잠재적 가치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제조업이나 유통업과 같은 산업과 비교해 볼 때 건설 영역은 IT 집중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셋째 건설 분야는 데이터 중심의 사고습관(Data-driven mind-set)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데이터보다는 경험이나 관습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유독 강한 분야가 건설 분야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유효성ㆍ입수가능성(Data availability)이다. 건설 분야는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을뿐더러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MGI의 분석은 일리가 있다. 건설 분야에 빅 데이터 인력이 부족하고, 데이터 중심의 사고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MGI는 건설을 너무 협소한 개념으로 본 측면이 있다. 건설을 현장에서 발생하는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포장하는 등의’ 시공 위주의 개념으로만 본 듯하다. 그러나 건설은 그 스펙트럼이 넓고 세부 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시공만이 건설이 아니라 기획, 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 유지관리에 이르는 생애주기가 건설의 대상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확장된 개념으로 건설을 바라보면 건설산업이야말로 빅 데이터를 통해 높은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닐 수 없다.

 건설 분야의 IT 집중도는 가파른 증가 추세이다. 건설산업은 과거 문서 위주의 보고서 생산 체계에서 이제는 디지털화된 데이터 기반의 업무 처리 환경으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BIM과 같은 혁명적인 변화의 바람까지 불고 있으니 건설 분야의 IT 집중도는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화된 데이터의 양산이 이루어짐에 따라 유효하고 입수 가능한 데이터는 급증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고속도로와 같은 인프라 시설물의 운영 및 유지관리 업무를 생각해 보자. 하루에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량만 수백만 대이고, 하이패스(전자식 단말기)를 통해 통행 정보가 자동으로 기록되고 있다. 또 교량 계측 센서로부터 입수되는 방대한 용량의 데이터를 생각해 보자. 최근에는 센서 기술과 디지털 데이터의 저장 기술이 발달해 교량의 변위, 진동, 변형, 기울기 등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빅 데이터를 활용해 건설ㆍ교통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수자원 관리 및 홍수 제어를 위해 빅 데이터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에 착수했고, 이를 통해 현재 물관리 예산을 15% 감축시키는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호주의 한 업체는 광산이나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작업자들에게 안전에 대한 조기 경고를 알리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호주의 멜버른에서는 트램 시스템을 빅 데이터 체제로 전환해 도시에서 갑작스레 발생 가능한 사고에 대해 실시간 대처가 가능하도록 했다.  

 △빅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자세

 빅 데이터는 도구로,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된다. 건설ㆍ교통에 있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빅 데이터를 활용할 뿐이지 빅 데이터를 구현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체들이 신흥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하지만 실상 운영 과정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기술이 전면에 내세워졌기 때문이다. 빅 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성공적인 비즈니스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문제’로부터 접근해야 한다. 즉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우선된 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빅 데이터가 필요한지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빅 데이터의 궁극적 목표는 의사결정자에게 통찰(insight)과 예측(foresight)을 제공함에 있다. 그렇다면 건설업계에서 통찰과 예측이 필요한 세부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작업은 빅 데이터의 적용 분야를 명확히 구분 짓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결과를 얻기 위해 얼마나 데이터가 축적됐는지 여부도 빅 데이터의 성공적인 적용 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이것들을 위해서는 빅 데이터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건설 분야에서는 비용, 공기, 품질, 안전 등 4개의 키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용을 절감하고, 공기를 단축하고, 품질과 안전을 높이는 것이 건설의 기본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축적된 데이터는 바로 활용이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명확한 활용 목표와 가치 창출에 대한 정의를 세우고 체계적인 데이터 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축적해야 할지에 대한 통계 및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몇 대학교에서 산학 협력으로 빅 데이터 기술을 현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을 활용하는 방법도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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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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