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나라는 1988년 남극 남쉐틀랜드군도의 킹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한 후 20년간의 진출사에도 불구, 관련 인프라 구축이 국제 선진연구기관의 20% 수준이다. 남극연구의 핵심 인프라인 대륙기지 부재 탓에 연구 범위가 세종기지 주변에만 국한돼 전체 대륙을 대상으로 한 연구 및 자원탐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작년 2월 정부가 남극대륙에 제2과학기지를 건설하면서 이런 문제점을 덜었다. 특히 건설 당시 영구동토 지역에서 견딜 수 있는 구조물 기초형식, 추위에 장시간 노출돼도 안정적인 극한지 재료, 극한 기후조건의 부등침하 및 풍하중 등에 대응할 기초구조물 설계 기술 등을 고려하면서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했다.
본 과제에서는 남ㆍ북극 과학기지 건설을 통한 미개척 건설시장 선점에 필요한 핵심 건설기술 개발을 수행했고 특히 극한지인 동토의 지반특성 분석 기술, 지반 안정성 확보기술, 말뚝기초 설계기술, 공기단축이 가능한 인공지지판 건설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개발기술의 주요 내용과 성과를 요약한다.
동토지반 침하 막을 온도제어형 구조체
극한지의 건설 활동 때 동토지반의 거동은 구조물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반을 구성하는 토사의 동상현상을 평가할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원은 이를 위해 흙의 동상영향 평가방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고 ‘흙의 동상민감성 판정 시험방법’에 관한 KS기준 제정까지 추진 중이다. 이는 향후 동토지반의 건설공사 때 토사 종류에 따른 동상영향을 판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상시험 모습 |
동토지역 지반은 상부 구조물의 열이나 공사 중 발생하는 지반교란 및 열적 변형에 따라 지반이 침하될 수 있다. 그러므로 얕은 기초나 깊은 기초 공법을 적용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구조물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지반의 열적 평형을 유지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지중에 설치해 지반의 열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온도제어형 구조체도 개발했다.
동으로 된 중공관을 지중에 매설하고, 그 내부에 열 사이펀을 삽입한 후 내부를 모래로 충전하는 구조의 온도제어형 구조체는 지중의 열을 외부로 방출해 지반이 항상 동결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내부에 삽입되는 열 사이펀은 외관을 구리로 제작했고, 응축부에는 외기에 의한 열 방출이 쉽도록 알루미늄 소재의 fin 가공부를 별도로 두었다. 또한 응축부(condenser), 단열부(adiabatic), 증발부(evaporator)를 구분해 설계했고, 작동유체는 R-134a를 적용하고 유체 채움비를 조절해 온도제어형 구조체의 열적 성능(performance)을 조절토록 만들었다.
온도제어형 구조체는 앞으로 극한지 구조물 설치 때 지반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겨울철에 지반의 잠열을 외부로 배출해 장기적 관점에서 지반의 열적 안정화를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 공법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극한 기후 속 구조물 지지할 공법도
열 사이펀의 메커니즘 개요도 |
온도제어형 구조체 모식도 |
활동층, 영구동토층, 비동결층으로 나뉘는 동토지반 중 영구동토 지역에서 기초구조물을 설계하는 과정은 크게 지반조사, 지지력 산정, 안정성 검토, 침하 검토 순으로 진행된다. 영구동토 지역의 깊은 기초 설계 지지력은 활동층이 융해하는 하계기간의 하중조건을 반영해 동결토와 말뚝 표면의 인터페이스에서 발현되는 동착강도에 의해 결정한다. 안정성은 동계기간 활동층이 동결해 말뚝을 지표방향으로 끌어올리는 힘에 의해 발생되는 동착 상향력과 영구동토층에서 작용하는 하향 동착력에 의한 지지력을 상호 비교해 검토한다. 침하는 상부구조물의 생애 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크리프 침하량을 산정해 검토한다. 한마디로 동상과 동착현상이 지지력 검토 및 안정성 검토 단계에서 주요한 설계정수다.
건설연은 다양한 동결 토사의 전단강도 및 동착강도를 실내실험을 통해 분석한 후 그 결과를 상호 비교해 동착강도를 산정할 비례계수를 제시했다. 다양한 동결온도 범위, 수직하중 조건, 토사 종류별 동착 및 전단강도 특성을 분석했고, 동착 강도를 산정할 수 있는 설계정수(동착강도 비례계수)를 제시했다. 동결온도에 따른 모래질 토사의 동착강도 비례계수 값은 다양한 기초구조물 재료(강재, 콘크리트 등)의 거칠기를 나타내는 프랙탈 차원(fractal dimension) 개념을 도입했다. 제안된 동착강도 비례계수 값을 기반으로 기초구조물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대상 동결지반의 전단강도와 지중온도를 분석해 다양한 재료별로 발현되는 동착강도를 산정하고 이로부터 기초구조물의 지지력 안정성을 검토할 수 있다.
극한지의 건설환경에서는 경량화된 구조부재를 모듈식으로 제작해 현장으로 운반한 후 조립, 가설할 수 있는 급속시공기술도 요구된다. 적설량에 의해 시설물 사용성이 제한되거나 시설물 사용 중에 발생하는 열이 결빙된 지반에 전달됨으로써 발생할 부등침하 등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반 역할을 하는 수평지지 구조시스템의 건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공지반용 수평지지 구조에 적용할 수 있는 조립식 격자형 강합성 지지판도 개발했다.
강형의 상부 일부만 콘크리트와 합성된 형태를 취하는 격자형 강합성 지지판은 강형이 완전히 매입되는 형태에 비해 자중이 작고 공장에서 프리캐스트 제작이 가능하여 원거리 현장이나 산악지역처럼 건설조건이 열악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콘크리트 전단키와 고장력볼트에 의한 지지판 이음부는 현장타설이 불필요한 구조로서 프리캐스트 제작이 가능한 격자형 강합성 지지판에 적용할 경우 수평지지구조의 조립식 설치가 가능해, 공기단축에 효과적이다. 집중하중에 의한 중심재하 휨성능 평가결과에 의하면, 본 연구에서 개발한 조립식 강합성 지지판은 이음부가 설치되지 않은 연속체 단면구조의 지지판과 동등 수준 이상의 휨강도를 갖는 것으로 분석돼, 조립식 시공을 가능케 하는 지지판 이음부 구조의 정적 안전성을 제공할 수 있다. 개발된 기술은 공기단축이 필요하거나 저온환경으로 시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양한 상부구조물을 지지할 수 있는 지지판 공법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격자형 지지판 철골 Grid 시험제작 모습 |
인공지반 구조 안정성 분석 결과 |
극한지 지반의 건설공법 활용 기대
‘극한지 하부구조 급속시공 플랫폼 기술 개발’ 과제는 지난 5년간에 걸쳐 극한지 환경에서 건설 활동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주요 연구 내용은 극한지 동토지역에서 지반특성 분석 기술, 지반 안정성 확보 기술, 말뚝기초 설계 기술, 공기단축이 가능한 인공지지판 건설 기술로 구성됐다. 본 연구는 남ㆍ북극, 시베리아, 알래스카 등 극한지역 특성을 반영한 국내 최초의 극한지 건설과 관련된 종합적인 연구로서, 극한지 지반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건설공법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연구 결과를 범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장연구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본 연구개발이 에너지자원 확보, 미개척 건설시장 선점이라는 국가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적 건설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공-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반연구소 최창호 연구위원, 홍승서 수석연구원
정리-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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