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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주택시장, 단기적 낙관도 장기적 불안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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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22 17:33:12   폰트크기 변경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주택시장이 뜨겁다. 청약 경쟁률은 높고 거래량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장기 전망은 어떠한가. 인구 성장세 둔화, 노령화, 1∼2인 가구 증가 등의 변수를 생각하면 확신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와 관련해 잇따르는 저성장 고착화 우려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불안감이 더 크다. 최근 한 국책 연구기관이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2019년부터 노령화 영향으로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을 예측한 점도 이런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다.

 올해 여름 주택시장의 단기적 열기와 달리 주택시장의 장기적 흐름과 주택산업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주택 관련 원자료를 직접 분석함으로써 구조적 변화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 주택시장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선진국 주택공급량 점진적 축소

 선진국인 영국과 일본의 신규 주택공급량은 중장기적 감소세가 뚜렷하다. 영국은 1970년 이후 40년 간 주택 공급량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현 공급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일본도 1980년대 후반 이후 주택 공급이 지속적으로 줄어 신규 착공 호수가 25년 전에 비해 52% 수준까지 감소했다. 일본의 주택공급량 감소가 주택가격 하락과 동행한 것과 달리 영국은 주택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공급량이 늘어나지 않은 점이 특징적이다.

 영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미국의 주택시장은 장기적 관점의 신규 주택 공급량 감소세를 확인하기 어렵다. 가격 변화에 따라 신규 주택 공급량이 탄력적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이는 가용토지의 제약이 적은 미국 특유의 주택공급 환경과 시스템 때문이다.

   
미국과 잉글랜드의 주택 재고 대비 공급 물량 비율
   
일본과 한국의 주택 재고 대비 공급 물량 비율


 선진국 재고 대비 주택 공급량 0.5∼1.8% 수준

 주택 재고량과 비교한 공급량 비중을 보면 미국은 1970년대까지 2.0% 내외였지만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1988년 1.5%까지 떨어진 후 가격이 상승한 2006년 1.6%로 반등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후 주택공급 감소 영향으로 2012년 재고량 대비 공급량 비중은 0.5%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전체 재고 주택량 통계 확보가 힘든 영국은 잉글랜드를 기준으로 추정했는데, 2001년 주택 재고 대비 준공량은 0.6%였지만 2007년 0.8%까지 상승했고 2013년에는 미국과 동일한 0.5%로 추정된다. 일본은 1988년 4.0%로 최고 수준이었지만 점진적으로 감소해 1993년 3.3%, 2003년 2.2%, 2008년에는 1.8%까지 줄었다.

 2020년까지 30만가구 이상 신규 공급시장 유지

 우리 주택시장은 어떨까. 100% 준공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장기 시계열을 확인할 수 있는 주택 인허가물량을 보면 1980년에 재고량 대비 4.0%의 인허가가 발생했고 1990년에는 10.5%까지 상승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0년 4.0%, 2010년 2.8%에 그쳤다.

 2011년부터 집계되기 시작한 준공량을 기준으로 보면 2010년 재고 대비 공급량은 인허가 기준의 추정치(2.8%)와 달리 2.5%로 추정된다. 인허가 후 실제 준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허수가 배제되면서 비율이 더 낮아졌다. 2011년에서 2013년까지 주택재고 대비 준공량 비중도 2.4∼2.7% 수준이며, 2015년은 준공량이 증가하면서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비중은 0.5%인 미국ㆍ영국, 1.8%인 일본과 비교하면 2.5% 내외로 상대적으로 높다.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수준의 재고 대비 주택공급량 비율까지 떨어진다고 가정해 앞으로 국내 준공 주택량이 재고 대비 1.8%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해도 2020년까지 30만호 내외의 물량은 유지될 수 있다.

 재고량 대비 공급량 비중이 감소하더라도 주택 재고가 증가하는 덕분에 절대적 공급량 감소폭은 크지 않고 속도도 더딜 것이다. 재고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급격한 주택공급량 감소나 주택산업 축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주택산업이 단기적으로 가격과 연동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 주택산업의 방향성은 가격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일본의 재고 대비 공급량은 1.8% 수준이지만 미국, 영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재고량 대비 공급량 비율이 2%포인트 낮아지는 데 20여년이 걸렸다. 주택가격에 기초한 장기 주택산업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 기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지관리시장 낙관론도 경계해야

 그렇다고 단기적 낙관론에 젖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주택 신축시장의 정체ㆍ축소란 장기 트렌드에 적절히 대비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은 1970년대 주거용 투자 중 주택 신축투자 비중이 70%를 상회했지만 시장 호황기인 2005년 56.8%까지 감소했다. 신축시장 축소의 빈자리는 유지관리가 아니라 주택 관련 부대 서비스가 차지했다. 특히 중개 수수료 및 거래 관련 비용 비중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1970년 초반 10%에 미치지 못했지만 2012년 24.8%까지 확대됐다. 이는 주택가격의 지속적 상승, 금융위기 직전의 거래 급증, 높은 중개 수수료 등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축소되는 주택신축 투자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됐던 유지관리 부문의 증가세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좀 다르다. 1990년대부터 민간 주거용 시장에서 신규 주택시장보다 유지보수 비중이 높다. 총 고정자본 형성계정의 민간 주거용 투자를 분석하면 1990년대 후반 신축시장 비중이 40%에 미치지 못했지만 2000년대 신축이 증가하면서 2006년 52%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후에는 유지보수 시장이 50∼60% 수준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강력한 토지이용 규제로 신규 주택공급을 제한하는 제도적 특수성 덕분에 유지보수 시장의 비중이 높다.

 일본의 경우 주택 신축시장 축소를 리폼시장이 대체하지 못하는 흐름이다. 2013년 주택투자 중 신축시장 비중이 82.4%, 리폼ㆍ리뉴얼 비중은 17.4%에 머물렀다. 리폼ㆍ리뉴얼 시장의 성장률 자체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연간 2% 수준에 머문다.

   
미국의 주택 투자액(명목) 중 중개수수료 및 유지관리 비중
   
일본의 건축물 리폼 및 리뉴얼 투자액


 유지관리ㆍ주택 부대서비스 동반성장책 모색해야

 국내 주거용 유지보수 시장규모를 추정한 연구는 거의 없다. 다만 윤영선 박사의 2011년 연구보고서상 2002년에서 2010년까지 주거용 착공면적 중 개수(증개축, 대수선) 비중은 2∼4%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유지보수 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제한적임에 따라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정 수준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단독주택과 목조 중심의 영국, 일본의 주택재고와 공동주택 중심의 국내 주택재고는 특성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신축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유지관리시장의 성장세가 더딜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를 감안할 때, 당분간은 미국식 전략인 고부가가치의 주택 관련 부대 서비스시장의 정착 및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나아가 장기적 시장 안정을 위한 유지관리 시장의 동반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주택산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경기 민감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주택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제공=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리=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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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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