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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남ㆍ북한 건자재산업 협력 촉진할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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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19 16:52:37   폰트크기 변경      



 지난 8월 남북고위급 회담의 첫 결실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19일 재개되면서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다시 싹트고 있다. 기대와 실망이 늘 되풀이됐던 게 대북 관계인 탓에 섣부른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하지만 통일은 반드시 준비해야 할 과제다. 그 사전 작업인 남북경협도 마찬가지다. 경협 아이템 중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품목 중 하나가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여건을 개선할 생활형 인프라 지원사업이다.

 특히 북한의 인프라 지원 과정에서 소요될 건자재 분야의 협력 전망은 밝다. 해주 앞바다와 개성 사천강 모래만 해도 1년에 1억 달러 이상 가치란 말이 나올 정도로 사업성이 풍부한 덕분이다. 2000년대 중반에 골재 부족난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 모래를 들여온 경험이 있을 만큼, 건자재는 남북이 윈ㆍ윈할 대표적 아이템으로 꼽힌다. 한국에서 라파즈한라시멘트를 운영 중인 프랑스의 라파즈사가 최근 북한의 평양상원시멘트 합영회사에 투자해 지분과 광물자원 채굴권을 확보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북한 건자재사업의 가장 큰 무기는 풍부한 광물자원이다. 시멘트의 주 원료인 석회석만 해도 북한의 매장량이 남한(103억t)의 10배 가량인 1000억t으로 추정된다. 시멘트의 또 다른 원료인 점토 대용으로 쓰이는 점판암도 북한 내 매장량(3억1000만t)은 40∼25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게다가 무연탄뿐인 남한과 달리 유연탄도 상당량 매장돼 있다. 게다가 인건비도 동남아 등과 비교해도 싸다.  

 이에 따라 현대경제연구원이 통일부의 의뢰를 받아 분석해 내놓은 ‘북한의 생활 인프라 개선을 위한 관련 산업 육성 및 제도화 방안’ 보고서 가운데 그 동안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북한 건자재 산업의 현황과 향후 협력방안을 정리해 본다.

 북한 건자재 산업 실태는

 북한에서 상당량을 자체 조달하고 있는 건자재는 시멘트가 거의 유일하다. 수력발전소 등 대규모 건설사업 과정에서 시멘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다 제조공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원재료인 석회석이 풍부한 덕분이다. 1990년대 경제위기 후에도 시멘트 생산량은 꾸준히 늘어나면서 2013년 연간 생산량이 660만t이다. 그럼에도 불구, 한국의 같은 해 생산량(4729만t)과 비교하면 14% 수준에 머물러 넉넉한 상황이 아니고 품질마저 떨어진다.

 북한의 주요 시멘트공장은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 2ㆍ8시멘트연합기업소, 해주시멘트 연합기업소 등이며, 설비능력은 1990년대 초반 기준으로 1200만t 수준이다. 2000년대에 설비 현대화 투자가 부분적으로 이뤄졌지만 전반적 설비 수준은 열악하고 생산되는 시멘트의 질도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형 건물의 건설에 적합한 제품 공급은 미비하고 소규모 주택 등의 건설을 위한 시멘트 공급 역량만이 일부 충족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유리도 공급 역량이 떨어지고 제품의 질마저 조악한 수준. 2005년에 중국의 지원 아래 건설된 연간 공급능력 162만 상자(판유리 기준)의 대안친선유리공장이 가동되면서 공급사정이 다소 개선됐지만 전국적 공급은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벽돌 및 건설자기는 북한 정부가 평양시 10만가구 주택 건설에 필요한 타일, 벽돌 등을 조달하기 위해 대동강타일공장을 건설, 확장하는 등 생산능력 확충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공급 역량이 수요에 크게 못 미치긴 마찬가지다.

 내장재는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등 고급주택의 내장재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철근과 금속 자재의 공급능력도 크게 부족하며, 석탄화학 공업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화학소재도 거의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 건자재 기업과 문제점은

 북한에서 확인된 건자재 기업(공장) 수는 207개. 업종별로는 벽돌ㆍ타일ㆍ기타 건재가 83개, 시멘트 공장이 58개, 도자기 39개, 유리 19개, 내화물 5개, 기타 비금속광물기업 3곳 순이다. 지역별로는 평양시와 황해북도(각 15.0%), 평안남도(14.5%)와 함경북도(14.0%)에 밀집됐고 나머지 지역 비중은 10% 미만이다. 다만 2000년 이후 설립, 투자, 생산 관련 동향이 북한 매체 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곳은 155개에 머문다.

 가장 많은 벽돌, 타일, 기타 건자재 분야 기업은 83곳이지만 실제 활동 동향이 확인된 곳은 대동강타일공장을 포함해 65곳에 그친다. 2006년 이후 활동이 확인된 곳으로 범위를 더 좁히면 40곳 남짓이다. 가장 생산활동이 활발한 시멘트는 중대형 국영기업이 대부분. 그러나 58곳 중 실제 활동이 확인된 곳은 42곳 남짓이다. 유리공장도 19곳 중 14곳만 활동이 확인됐고 마그네사이트 클링커 및 내화물 제조공장도 5곳 중 4곳만 생산 중으로 파악됐다. 도자기 기업도 39곳 중 27곳만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건자재 산업의 최대 문제점은 저조한 생산량 및 생산능력, 그리고 품질 문제다. 북한의 건설자재 수요는 폭증세다. 중대형 수력발전소 건설, 수로 및 간석지 개발 등 국토 개조사업에 더해 대규모 아파트 건설까지 가세했고 민간에 의한 주택 개량 및 신축도 늘어나는 추세인 탓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건설을 경제정책의 주력부분 중 하나로 설정한 만큼, 앞으로도 수요는 더욱 늘어날 분위기다.

 그러나 시멘트를 뺀 나머지 대다수 자재는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북한 정부가 시멘트 등 건설자재의 확보를 위해 일부 자재공장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재정 능력이 취약해 전반적 투자는 미흡하다. 게다가 각 지방에 산재한 중소 규모 건설자재 공장들의 경우 설비까지 더욱 낙후됐고 전력 및 원ㆍ부자재 공급마저 제때 이뤄지지 못해 가동률도 극히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는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에 주로 공급되는 시멘트 등 일부 자재품목이 국정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지만 이보다 훨씬 비중이 높은 나머지 자재는 시장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건자재 부문 협력 확대방안은

 건자재 부문 협력을 위해서는 건설 부문의 공동 프로젝트가 선행돼야 한다. 김정은 체제 아래 인민 생활 향상과 경공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 사정상 현대경제연구원이 제안한 생활 인프라 지원사업은 통일 저변 확대에 유용한 프로젝트로 꼽힌다. 사업 방향은 300∼500가구 규모의 2개 시범단지를 시작으로, 각 도별 거점도시 1만가구 건설(확장 단계)에 이어 10만가구, 50만가구, 100만가구 순으로 북한 전역에 사업을 확산(3단계)하는 쪽이다.

 자재 조달은 남북 합작 종합건설자재 기업을 설립,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해당 기업의 생산 제품은 기본적으로 시범단지 등 공동 인프라사업에 공급하되, 확장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북한 시장 전반으로 건자재 공급을 확대하는 접근법이다. 최종 3단계에서는 북한 건자재 산업의 공급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현대화사업을 병행한다. 나아가 남한지역의 유휴 설비를 북한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통한 건자재 분야의 남북 협력 및 분업구조를 구춘하는 방안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대규모 설비가 필요없는 타일, 도자기, 벽돌, 건설용 자기 등을 시작으로 남북 정부가 합작 자재기업을 설립해 시범단지 사업의 소요 자재부터 충당해야 한다. 본 사업 단계에서는 다양한 지역에 걸친 남북 건자재 협력사업을 뒤이어 추진해야 한다. 자재 수요가 많은 지역에 대해서는 남북 합작의 건자재 협력단지 조성도 검토할 만하다. 산업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평양이나 남포지역, 그리고 남한과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해주 등지가 적격지로 꼽힌다.

 향후 북한에서 추진해야 할 막대한 SOC시설 물량을 고려하면 북한의 건자재 공급역량을 확충하고 건설자재와 건설 부문의 분업구조 구축을 위한 다각적 협력사업이 필수적이다. 북한 내 시멘트, 내화물, 판유리 등 핵심 소재 부문 설비를 확충, 현대화할 투자협력은 물론 남한의 유휴 설비를 북한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

 특히 시멘트, 판유리 등 핵심 소재 생산지를 중심으로 한 건자재 관련 집적지 개발도 좋은 접근법 중 하나다. 원자재 및 생산품의 운송을 위한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건자재 특성상 대도시나 대도시 인근에 대규모 협력지구를 건설한 후 여기에 건자재 전용지역을 설정해 관련 기업을 집적시키면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평양시 등 산업기반과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지역에 개성공단의 10% 수준의 남북 건설자재 협력 전용공단을 건설,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 내수시장을 충당한 후 남은 자재는 중국 등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다. 낮은 인건비로 대표되는 북한의 가격경쟁력과 풍부한 지하자원이 남한의 기술력, 마케팅 능력과 결합되면 북한의 건설자재 산업을 대표적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여지도 상당하다.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정리=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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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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