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은행들의 신용 위험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기 둔화 우려와 각국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원자재 기업 부도에 따른 부실 채권 등의 증가로 은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으로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41.44bp를 나타내 연초 이후 143.29bp가량 올랐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했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기업의 신용이 나빠져 채권 발행에 더 큰 비용이 든다는 의미이자 시장에서 신용 위험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도이체방크의 CDS 프리미엄은 연초 이후 주요 은행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은행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11일에는 2011년 11월 이후 최고치인 272.17bp까지 올랐다. 유럽 재정위기가 정점이던 2011년 11월 도이체방크의 CDS 프리미엄은 사상 최고인 319.92bp까지 오른 바 있다.
도이체방크를 비롯해 유럽 주요 은행들의 CDS 프리미엄도 오르고 있다.
이탈리아계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의 CDS 프리미엄은 연초 이후 104.10bp,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81.63bp 가량 각각 올랐다.
일본계 은행인 도쿄-미쓰비시은행(64.68bp↑), 스미토모미쓰이은행그룹(63.95bp↑)과 미국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53.07bp↑), 모건스탠리(51.64bp↑), 골드만삭스(49.96bp↑)의 CDS도 동반 상승 중이다.
상승세는 지난 11일 이후 주춤하는 듯했지만, 유가가 다시 하락세를 보인 19일부터 재차 오르고 있다.
은행주 주가도 연초 이후 급락세다.
FTSE 은행 지수는 18.47% 하락했고, 미국 S&P500 은행지수는 같은 기간에 16.90% 떨어졌다. 시장 벤치마크인 영국 FTSE100지수와 미국 S&P500지수가 각각 4.68%, 6.17%가량 하락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큰 편이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낙폭은 더 두드러진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연초 이후 32.5% 가량 하락했다. 유니크레디트와 스탠다드차타드의 주가도 각각 37.8%, 26.5%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낙폭이 큰 종목은 크레디스위스(39.6%↓), 도쿄미쓰비시은행(35.8%↓), 스미토모미쓰이뱅킹그룹(32.7%↓), 미즈호은행(31.4%↓) 등이다.
미국계 은행인 모건스탠리와 씨티은행의 주가도 연초 이후 24% 가량 하락했다.
은행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한 데는 연초 이후 경기 둔화 우려로 은행들의 수익 전망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은행들의 실적이 적자로 전환되는 등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마이너스 금리 채택으로 예대마진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부실 대출 증가에 대한 압박도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의 주혜원 연구원은 “유럽 도이체방크 이슈가 불거지며 은행권이 주목을 받았다”라며 “실적이 안 좋은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4분기 실적이 발표되며 (은행들의) 수익성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 부실자산이 늘고, 그러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라며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작은 상황이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은행권의 무수익여신(NPL·부실채권) 비율은 2010년 3월 말 4.9%에서 2014년 말 7.0%까지 올랐다가 2015년 6월 말 6.4%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은행의 총 대출 대비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보여주는 NPL 비율은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수치가 높아질수록 대출을 회수할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초 이후 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유니크레디트는 14.4%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경기 둔화와 기업 부실 증가로 NPL은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기산 한국은행 선진경제팀 과장은 유럽 은행권을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크게 증가했으나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대체로 양호하고, 자산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그는 유럽은행의 신용위험 증대를 야기한 주요 요인은 앞으로도 계속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불안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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