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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이란은 중동의 잃어버린 ‘아틀란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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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3-08 06:00:11   폰트크기 변경      
경제 재제 빗장 풀린 건설산업 공략법은

 

최근 핵 포기를 선언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빗장에서 풀려난 이란이 화두다. 중동의 다른 인근 국가를 타겟으로 한 플랜트 수출에 힘입어 급성장한 우리 건설산업계로선 놓쳐선 안될 기회다. 특히 작년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461억달러)이 전년보다 30% 급감하면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500억달러 밑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해외건설 르네상스를 노린다면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이다.

이란의 내부 사정도 그렇지만 건설시장도 상당기간 장막에 갇혔다. 2010년 UN 안보 이사회의 대이란 경제 제재 후 관련 연구마저 정체됐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각계에 의뢰해 매년 수백 건씩 납품받는 정책 연구용역 보고서만 해도 가장 최신 자료가 2014년 12월에 외교부 중동국이 납품받은 ‘이란 핵협상 진전에 따른 이란 국내정치 동향 및 중동ㆍ국제 안보질서 변화’일 정도다. 건설 쪽은 더 심각하다.

건설업계의 해외수주고 기준으로 이란의 비중은 제재 이후인 2014년에만 16위. 유엔안보리 결의에 우리 정부가 동참하기 이전만 해도 이란은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수주고 6위 시장이었다. 이란의 건설시장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에 납품된 국책 연구용역 중 가장 최근 보고서인 해외건설협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이란 해외건설 진출방안 연구’ 내용을 토대로 이란 시장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란을 알아야 건설시장도 열린다

이란을 아랍권으로 묶어 인식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아랍권과 확연히 다르다. 아랍권의 민족은 아랍인, 언어는 아랍어지만 이란은 인도 게르만 어족계의 지파인 아리아인들이 만든 나라이고 언어도 페르시아어다. 22개 아랍국들의 모임인 아랍연맹만 해도 이란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란을 범아랍권으로 인식하면서 유사한 전략을 펼쳐온 우리 건설사들의 수주 담당자들로선 사소한 것 같지만 놓쳐선 안 될 부분이다.

이란은 세계 20위권 국토 면적에 인구 7700만명(월드 뱅크 기준)의 대국이다. 중동 일대에서는 이집트(8200만명)에 이은 인구 2위 국가. 국토 면적은 165만㎢로 한반도 면적의 7.5배이고 미국 등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2013년 기준 GDP 3689억 달러로 세계 32위다. 같은 이슬람 국가지만 사우디를 주축으로 한 대다수 순니파 국가와는 다른 시아파의 종주국이기도 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원리주의가 득세하면서 이슬람 신정주의의 대표국이었지만 최근 핵 보유를 포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IS 테러를 계기로 사우디 중심의 서구 외교정책의 새 희망으로 부상한 것. 2013년 8월 온건ㆍ중도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당선이 전환점이 됐다. 최근 총선 승리로 로하니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란의 개방정책도 탄력을 받을 분위기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 비중만 해도 이란은 베네수엘라(20.0%), 사우디(17.8%)에 이은 3위(10.6%) 국가다. 천연가스 매장량 비중은 러시아(24.4%)에 이은 2위(17.0%)다.

이란 건설시장은

이란에 첫 진출한 우리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1975년 3월 수주한 4000만달러의 코람샤 항만공사가 처음이다. 이후 우리 건설사들의 수주는 호조세를 이었고 서구의 이란 재제 이전만 해도 이란은 한국 건설사들로선 6위 비중의 핵심 수출국이었다. 경제 제재 후유증이 이어진 2014년의 수주고만 해도 88건, 120억달러. 공종별로는 플랜트(산업설비)가 56건, 112억8100만달러로 압도적이다.

토목(18건, 7억1900만달러)이 뒤를 이었고 전기(6건, 1700만달러), 설계(4건, 1000만달러), 건축(5건, 800만달러) 순이다. 플랜트의 경우 가스처리시설, 발전소, 석유화학, 환경설비 순이고 토목은 철도, 항만, 산업단지, 도로 순이다. 기타 설계, 전기, 건축의 경우 극히 미미하다. 이란의 건설시장 전망은 밝다. 경제제재가 해제된 올해만 500억달러. 매년 3% 이상의 성장할 것이란 게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BMI(Business Monitoring International)의 관측이다.

이란의 인프라 상황부터 살펴보자. 이란 내 공항은 319개. 그러나 포장된 활주로를 보유한 공항은 140개가 전부다. 이란공항지주회사는 항공 분야에 10억달러를 투자해 600만명에 그친 공항들의 승객 수용능력을 2000만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표 프로젝트로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 확장 프로젝트가 꼽힌다. 투자규모만 28억달러다. 전체 화물의 25%를 철도에 의존하는 이란의 전체 철도 길이는 전철 148㎞를 포함해 1만3000㎞. 이란 정부는 2025년까지 철도 연장을 2배인 2만500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표 프로젝트가 INSTC(남북 연결 국제 노선)이다.

총 연장 19만8866㎞인 이란 내 도로는 전체 화물운송의 70%를 수행하는 핵심 인프라다. 이란 정부는 2018년까지 도로의 화물운송 비중을 74%로 끌어올릴 계획. 대표 프로젝트는 이슬람 성지들을 서로 잇는 1100㎞의 고속도로 프로젝트다. 투입비용만 40억달러다. 항만 프로젝트 중 눈에 띄는 사업은 파르스 포트 사업이다. 에너지 부분 중 발전사업은 2014년 기준의 전력생산량만 228.1TWh다.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란 정부는 2018년까지 5000MW규모의 태양 및 풍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했고 가스발전 비중도 2023년까지 74%(현 68%)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석유화학, 가스, 파이프라인, 원자력발전소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한국 건설사로는 대림산업과 GS건설이 각각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6∼8차, 액상처리시설 및 유틸리티 프로젝트와 탈황 및 유황 회수설비 공사, 오프쇼어(Offshore) 플랫폼 및 파이프라인 시설을 수행한 바 있다.

이란 건설 진출전략은

경제 제재 이후 이란 건설사업을 주도한 국가는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다. 미국과 유럽의 석유 메이저회사들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로 떠난 후 상황이 급변했다. 제재 이전만 해도 이란의 핵심 건설 파트너였던 한국 기업들도 철수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미국ㆍ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이 다시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고 우리 건설사들의 관심도 다시 옮겨가기 시작했다.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대이란 진출 전략에 관심이 쏠리지만 기반은 나쁘지 않다. 이란과의 관계, 이란인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나쁘지 않다. 무려 8년간 이어진 이란ㆍ이라크 전쟁 당시에 우리 건설 근로자들은 목숨까지 불사하면서 건설현장을 지켜낸 일화를 이란 국민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체계적 공략법이 성패를 좌우할 관건이다.

우리 건설기업으로선 선진국 업체들과의 협력에 더해 금융 부문의 협력이 중요하다. 국제유가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란 정부로선 해외기업들 스스로 재원을 부담하는 개발형 사업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권의 헌신적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조금의 리스크만 눈에 띄어도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국내 정책ㆍ민간 금융기관의 소극적 행태로는 이란 시장을 뚫기 어렵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수장으로 한 정부 차원의 이란 방문도 같은 이유다. 우리 정부와 건설기업이 이란 건설시장에서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제는 이란 경제 제재 여파로 10년 가까이 잃어버렸던 해외건설의 새 아틀란티스를 공략하기 위한 정부와 건설산업, 금융투자업계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우리 건설산업계로선 핵을 고집해 초고강도 경제제재에 직면한 북한의 개성공단 등 진출 기회를 반대로 핵을 포기한 이란에서 만회한다면 상징성도 크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건설 관련 민관학에 더해 금융기관까지 모아 개최한 ‘제1차 해외건설진흥 확대회의’의 지향점 중 하나도 이란 건설시장이다. 공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이날 제기된 공공기관 평가 때 인센티브 부여 요청까지 검토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창조경제를 국정기조로 내걸고 IT 등 비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혁신을 추진했지만 실질적 성과가 많지 않은 정부 입장을 고려해도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기다.

4대강 살리기와 같은 후유증이 큰 국책사업을 자제하더라도 동일한 후유증을 겪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정도는 박근혜 정부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오랜기간 신도시, U-시티, U-에코 도시, 스마트시티로 진화했지만 해외수출 면에서 가시적 성과가 없는 신도시 프로젝트가 적격이다. 핵 포기로 빗장이 풀린 이란에서 수확한다면 창조경제에서 소외된 건설산업을 끌어안는 동시에 대북관계 등 국제정치적인 명분까지 챙길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리=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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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
김국진 기자
jinny@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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