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뒤 강세를 보여온 엔화 가치가 3월 하순부터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유가 반등과 함께 시장심리가 안정세를 보이는 데다 회계연도 말 결산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로 수출기업의 엔화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그간 엔화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중국경제 불안, 저유가, 유럽 금융기관 부실 징후 등이 맞물려 한달 이상 달러당 112~113엔 안팎의 강세를 나타냈다.
일본 여행을 검토 중이거나, 일본 유학생을 둔 가정에선 참고할 만한 소식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엔화 가격이 일본의 3월 연휴(19∼21일)가 끝난 이후에는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엔화 강세를 뒷받침해 온 수출 기업 등에 의한 엔화 구입 실수요가 이달 중순까지는 일단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 배경으로 꼽혔다.
연초부터 세계 금융시장 요동으로 얼어붙었던 전 세계 시장심리가 유가 상승 전환과 지정학적 위기 약화 가능성 등으로 차차 개선될 조짐을 보인 것도 엔화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일본에서는 회계연도가 매년 4월1일 시작돼 이듬해 3월 말 끝나므로 수출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과 각종 법인들의 연간 결산이 3월에 집중된다. 따라서 3월은 해외지점이나 자회사의 이익을 본점에 보내기 위해 달러 등 외화를 팔아 엔화를 구입하는 움직임이 1년 중 가장 많은 시기다.
이 때문에 엔 시세가 3월 내내 강세를 띨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3월 중에도 중순까지는 엔을 사려는 움직임이 많지만, 하순부터는 이런 흐름이 바뀌기 때문이다. 연도에 따라, 세계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과거 3월 중의 엔화 움직임을 돌이켜보면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 안전자산으로 비쳐지는 엔화에 투자 자산이 몰렸던 2008년의 대폭적인 엔고 행진을 마지막으로, 2009년부터는 7년 연속으로 엔화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크레디아그리콜은행 사이토 히로시 외환전략가는 “과거의 평균을 돌아봐도 3월 중순은 엔고의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많지만, 하순에는 엔화 가치 하락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수출기업에 의한 국내로의 송금은 대체로 3월 중순까지 일단락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기말이 가까워지면 일반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투자가의 리스크 선호가 강해진 적이 많아 엔을 팔아 달러를 구입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기 쉽다는 분석도 많다. 이 때문에 3월의 엔화 가치는 월말로 갈수록 약세가 되기 쉽다.
그렇다면 올해의 상황은 어떠할까. 7~8일 도쿄 금융시장의 엔 시세는 달러당 113엔 선에서 움직였다. 3월 초에는 112.42엔이었기 때문에 이미 1엔 가까이 엔화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최고치에서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은 엔의 하루 가격 변동폭이 달러당 1엔이나 2엔까지 커지는 날도 자주 있다.
따라서 과거 7년과 같이 엔화가치가 점차 약세를 보일지는 아직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왜냐하면 일부 기업이 엔화를 구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직 엔고 압력이 남아 있다.
시티그룹증권 다카시마 오사무 수석외환전략가는 “올해는 연초부터 엔 가치가 크게 요동치면서 선물 등으로 엔을 조달할 기회를 잃은 기업들이 늦게 엔화를 구입하는 움직임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3월 하순이 되면 엔화 가치를 하락시킬 요인이 증가한다. 아울러 시장심리 개선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주가상승 경향이 눈에 띄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미쓰미시UFJ 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외환전략가는 “해외 기관투자가에 의한 보유 엔화 매도 움직임이 월말이 다가올수록 엔화 약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내다보았다.
아울러 일본 기업들이 연말 본결산을 하는 3월 말은 미국이나 유럽 기업에도 분기결산을 하는 시기여서 해외 투자가에 의한 손익확정용 엔화 매도가 나오기 쉬운 상황도 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시카고 시장에서는 현재 엔의 지나친 사재기 액수가 2012년 이래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3월 말로 갈수록 엔을 팔려는 움직임이 강해져 엔 가치의 하락을 강화시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