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최근 몇 주간 크게 떨어진 배경에는 ‘상하이 합의’가 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마켓워치가 20일 보도했다.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장들이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미국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기로 비밀 합의했다는 주장이다.
1985년 미국과 프랑스, 서독, 일본, 영국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뉴욕에서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낮추기로 한 ‘플라자 합의’가 재현됐다는 것이다.
G20 회의 이후 달러는 3% 하락했다. 반면 주식과 신흥국 자산, 원자재 등은 반등세를 나타냈다.
IG의 수석 시장전략가 크리스 웨스턴은 보고서에서 “음모이론가들에게 이 모든 것은 꽤 분명해졌다”면서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는 중앙은행의 글로벌 공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 브렌트유가 각각 저점 대비 54%와 40% 상승한 주요인은 달러 약세라고 덧붙였다.
강달러는 글로벌 경제에 해가 되며 시장 변동성을 높인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로 달러 지수는 지난해 10% 가까이 뛰었다. 작년 12월에는 10년여 만에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달러의 파급효과로 신흥시장과 미국 수출업체들은 특히 타격이 컸다. 국제유가도 일부 영향을 받았다.
마켓워치는 중앙은행들이 최근 예상치 못한 조처를 한 것이 상하이 비밀합의설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라고 전했다.
IG의 웨스턴은 “G20 회의 이후 적신호가 많았다”면서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하고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것, 유럽 중앙은행이 시장 기대 이상의 부양책을 내놓고 대출 시장에 집중하는 점 등을 꼽았다.
연준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비둘기’의 면모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연준은 올해 금리인상이 2차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달러 매도세가 촉발됐는데 이 역시 비밀합의의 증거라고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보고 있다.
핌코의 요아킴 펠스도 중앙은행들의 비밀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는 “암묵적인 상하이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입이 아니라 적절한 통화 정책을 통해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안정화하기로 합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합의설을 일축하는 사람들도 있다.
루미스 세일레서의 에스티 드웩은 비밀합의가 있었다면 놀라운 일이라면서 이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의 달러화 약세로 2가지 다른 요인을 꼽았다. 그는 “우선 달러화가 수년간 많이 올랐다. 또 역사적으로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달러 상승세가 중단됐다. 달러는 금리인상 전에 오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