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가 41년 만에 드러났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가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 청구에 대응해 공개한 사우디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3월 현재 1168억달러다.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의 1월 보유액은 1236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다. 두 달 만에 약 6%가 줄어든 셈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조3000억달러로 1위였고 일본이 1조1000억달러로 2위였다. 사우디의 보유액은 중국과 일본에는 한참 뒤지지만 10위권에 들어간다.
미국은 1974년부터 각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규모를 공개하기 시작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보유액은 정치적 이유로 쿠웨이트를 비롯한 14개 산유국과 한데 묶어 발표한 탓에 그 실상을 알 수 없었다.
이는 1973년 발생한 1차 오일 쇼크의 산물이다. 사우디 왕실과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고 막대한 오일 달러에 접근하기 위한 의도가 함축된 것이다.
미쓰비시 UFJ증권 미국법인의 존 허만 부장은 “(사우디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매우 값진 정보”라고 논평하면서 “그동안에는 우방국인 사우디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숨겨주면서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신사협약 같은 게 있었던 셈인데, 사우디가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알고 모니터링하는 것은 다른 국가와 비교 분석할 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최근 이 나라가 유가 하락의 충격으로 재정적 압박을 받자 외환보유고를 계속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정보다. 사우디는 지난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환보유고의 16%를 소진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가 밝힌 자료가 사우디의 국채 보유액의 실상을 반영했다고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구석도 없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국가들이 역외 금융센터에 미국 국채를 보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벨기에는 2월 현재 1430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지만 그중에는 중국의 위탁으로 관리하는 미국 국채가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가 밝힌 사우디의 국채 보유액은 이 나라의 외환보유고 5870억달러와 비교하면 20%선에 불과하다.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의 데이비드 오타웨이 중동지역 연구원은 “미국 재무부가 공개한 수치는 놀랍게도 그다지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사우디가 9ㆍ11 테러 유족들에게 배상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750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채와 미국 내 자산들을 매각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