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빌 그로스가 주식과 채권 대신 금과 부동산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로스는 3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월례 서한에서 “채권이나 대부분의 주식, 사모펀드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와 같은 부동산, 금, 실체가 있으면서 가격이 싸진 설비와 장비 등이 선호하는 자산”이라며 “이들 자산은 개인들이 매수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근 증시가 사상 최고점을 찍고 채권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들 두 전통적 투자자산에 대한 월가의 시각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그로스에 앞서 월가의 유명 펀드매니저들인 TCW그룹의 태드 리벨, 오크트리 캐피털그룹의 하워드 막스, 더블라인 캐피털의 군드라흐 등은 주식과 채권에 대해 잇따라 부정적인 전망을 한 바 있다.
군드라흐는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팔라”고 권고하면서 “현재로써는 그 어느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로스는 채권과 주식 투자가 유망하지 않다고 보는 이유로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정책을 통해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고수익을 좇기 어려운 여건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에 나서기에는 수익은 대단히 적고 리스크는 상당히 크다는 분석이다. 저금리가 자산가격 상승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저축과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스는 은행과 보험사, 연금펀드는 물론 개인들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중앙은행들은 저금리의 어두운 측면을 외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더해 “만약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기대소득이 현실화하지 못하고 투자 지출이 정체되는 만큼 실물 경제도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로스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AB인베브에 합병될 예정인 세계적 맥주 회사 사브밀러 주식을 추천했다. 그는 링크트인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다는 점을 들어 안전한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로스가 운용하는 야누스 글로벌 무제한 펀드는 올 들어 3.9%의 수익률을 올려 동종 펀드 그룹에서는 상위권에 속하는 투자 성적을 내고 있다.
상반기 말 현재 이 펀드의 보유 자산에는 사브 밀러 주식과 앨라이 파이낸셜, 포드모터 크레디트의 회사채,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국채 등이 포함돼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펀드가 운용하는 자산의 46.5%는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이며 회사채 비중도 높은 것으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