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유의 초저금리 때문에 글로벌 채권 발행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로 금리가 급등해 내년에는 채권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올해 글로벌 채권 발행 규모가 6조6200억달러(약 8000조원)로 2006년의 기록을 깨고 역대 최대였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회사채가 절반이 넘는 3조6000억달러였다. 기업들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자제로 차입 비용이 싸진 것을 이용해 채권 발행을 지난해보다 8% 늘렸다.
맥주회사 AB인베브, 컴퓨터 제조사 델, 마이크로소프트 등 100억달러가 넘는 초대형 인수를 성사시킨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나머지는 각국 정부가 공개입찰에서 발행한 것을 뺀 국채와 미국 등 각국 기관이 발행한 채권, 주택저당증권(MBS),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이다.
더블라인캐피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모니카 에릭슨은 기업들이 “저금리 기회를 활용했다”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낮으므로 기업들이 채권시장에 온 것은 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한때 14조달러 규모에 달했던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낮은 수익에도 채권시장에 몰렸다.
핌코의 스콧 메이서는 차입 증가가 경기 순환기마다 일어나는 일이라면서도 “이번에는 초저금리에서 채권 발행이 매력적이었다는 점이 특별하다. 다음 하강의 씨앗이 심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7월 역대 최저인 1.32%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내세운 트럼프의 당선으로 금리는 현재 1%포인트 이상 높은 2.57%까지 치솟아 채권시장에 타격을 입혔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BOJ와 ECB의 향후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의문이 있어 내년에는 채권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