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성패와 경제 지식의 유무는 그다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게 통상의 인식이다. 당장 미국이 낳은 최고의 경제학자로 꼽히는 어빙 피셔(1867~1947년)가 증시에서 참패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렇다면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리처드 H.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투자성적표’는 어떨까. 미 경제전문 CNBC방송이 9일(현지시간) 공개한 2개 펀드의 실적을 보면 꽤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세일러 교수가 주도하는 풀러&세일러 자산운용의 ‘언디스커버드 매니저스 비헤이비어럴 밸류 펀드’(UBVAX A주)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로 512%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가 277%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수익률 곱절에 가까운 성과를 얻은 셈이다.
또 다른 펀드인 ‘풀러&세일러 비헤이비어럴 스몰캡 에쿼티 펀드’(FTHSX)는 올해 들어 14.7% 올랐다. 이 또한 시장수익률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이들 펀드의 자산운용에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도 참여하고 있다고 CNBC는 설명했다.
세일러 교수는 지난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실패의 최대 요인으로 ‘자기 과신’을 꼽았다.
그는 “투자자들의 최대 실수는 과도한 자신감”이라며 “실제 능력보다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적극적인 투자자들은 거래수수료를 떼어내고 나면 시장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따라서 나의 첫 번째 충고는 시장 흐름에 따라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일러 교수는 아울러 개별종목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 주식도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행동경제학자 세일러 교수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세일러 교수는 인간 심리를 접목해 경제적 의사결정 행태를 분석해왔다. 노벨위원회는 “개인의 의사결정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과 심리학적 분석을 연결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세일러 교수는 베스트셀러 ‘넛지(Nudge)’와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의 저자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