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이 먼저냐, 철새가 먼저냐'
흑산공항 건설사업을 둘러싸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철새는 공항 건설 이후에도 공존이 가능한 만큼 섬 주민의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며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환경단체들은 철새 보호와 경제성 부풀리기를 내세우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논습지네트워크, 생물다양성 시민네트워크, 광주와 전남 환경운동연합 등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공개한 국토교통부 문건을 인용하며 흑산도 공항건설 사업의 경제성 분석이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지난 7월 작성한 '흑산도 공항 건설계획 보완서'에 따르면 흑산도 공항의 경제성 분석값은 4.38에서 2.60으로 40%가량 하향 조정됐다.
201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4.38이었던 경제성 분석값이 지난 7월 국토부 서울지방항공청이 환경부에 제출한 보완서에서 2.60으로 줄어든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국토부가 경제성 분석값이 과대 계산됐다는 지적을 피하려고 경제성 분석값을 낮춘 것"이라며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든 흑산도 공항의 경제성 분석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도 지난해 11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안 심의에서 철새 보호 대책 등을 요구하며 이 사업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국토부는 지적사항 등을 검토해 보완서를 제출했지만, 재심의는 미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남도와 신안군 등 지역주민들은 조속한 심의를 촉구했다.
흑산권역 개발 추진협의회는 주민 62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7월 환경부, 국토부 등에 조기 착공 청원서를 제출했다.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흑산도에서 서울을 가는데 7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1시간대로 단축돼 섬 주민, 관광객 통행 불편이 크게 개선된다.
정일윤 흑산권역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은 "철새도 중요하지만 섬 주민이 살아가는 환경도 중요하다"며 "흑산도 주민들은 공항건설 후에도 철새와 공존할 수 있으니 신속히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구 의원들과 지방의회 등 정치권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울릉공항 건설이 추진 중인 점을 근거로 지역 차별 논리도 등장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은 최근 "경제성도 높고 철새 서식지에 대한 대안도 마련했는데도 발목을 잡는다면 호남 지역민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차별받는다고 오해할 것"이라며 "흑산공항 건설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검토해 달라"고 환경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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