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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귀성선쟁#금메달#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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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18 16:31:20   폰트크기 변경      

 

설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 ‘낯섦’이란 의미를 담은 날이다. 처음은 두렵고 막막해 조심하게 된다.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의미로 신일(愼日)이라 부르기도 한다. 설이 가진 뜻을 살펴보니, 가족과 모여 한 해의 시작을 격려하며 응원하는 좋은 날이구나 싶다.

그러나 설과 같은 명절에는 늘 가족 간의 불화와 다툼이 뉴스로 전해진다. 설을 지낸 후 이혼율이 치솟고, 손자와 조카에게 물어서는 안 될 질문을 연령대별로 정리한 리스트도 나돈다. 소중한 가족이지만 사람은 대개 자기부터 생각하기 나름이다. 부모 형제에게 줄 세뱃돈이나 비용이 때로는 아깝기도 하다. 오죽하면 청와대 홈페이지에 설을 없애자는 청원까지 등장했을까.

설을 대신해 그 뜻을 여러모로 다시 떠올려본다. 한 해를 시작하는 날에 서로 진심으로 위로하며 걱정하는 마음으로 덕담을 나누는 설(說), 그동안 수고한 부모님과 앞으로 수고할 자식들에게 서로 사랑을 베푸는 설(設)이라면 꽤 기다려질 만할 것이다. 올해 못했어도 괜찮다. 설은 내년에도 온다.

#귀성전쟁

어린 시절, 명절에 귀성전쟁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다. 큰 집인 우리 집에는 아버지의 사촌까지 족히 60여명이 모였다. 그 많은 사람이 먹고 마실 음식은 대부분 어머니가 준비하셨다. 큰 딸인 나는 아직 서툴지만 어머니를 부지런히 도왔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일 때도 설 이틀 전에는 떡을 치대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볶았다. 그때마다 차라리 차 안에서 하루 종일 있는 귀성전쟁이 낫지 싶었다.

결혼하면서 귀성전쟁이란 소원이 실현됐다. 서울에서 시가인 청주까지 3시간 남짓이지만 차를 타고 달리는 시간이 퍽 설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청주까지 가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중부고속도로 진입 전, 상습정체 구간인 곤지암만 막혔었는데 이천, 호법, 음성, 오창, 서청주 등 곳곳에서 멈춰섰다. 올해는 연휴가 짧아 새벽 6시에 출발했는데,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야 청주에 도착했다.

멈춰선 차 안에서 왜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히는지 검색을 해봤다. 과학자들은 옆 차로가 더 빠르다고 생각해 차로를 변경하면 따라오던 차들도 속도를 줄이면서 정체된다고 분석했다. 과연 그럴까. 과학자의 분석 공식에 고속도로 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신도시와 산업단지는 빠져 있던 게 아닐까. 모든 좋은 것들은 서울에, 서울에 땅이 모자라면 그 주변에 들인다. 갈수록 서울에서 고향을 찾아 내려가는 사람도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정체를 해결하려고 새 도로를 내면 그 주변에 어김없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니 영 틀린 말도 아닌 것이다. 문수아기자 moon@

#금메달

반환점을 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우리 선수는 윤성빈이다. 지난 16일 스켈레톤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금메달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였기에 더욱 값지다.

그가 이룬 기적이 국민적 축제가 되는 과정에서 갑작스런 논란이 점화했다. 마지막 4차 시기를 마친 윤 선수에게 환호를 보내는 코치진 사이에 ‘끼어 있던’ 한 국회의원의 모습이 화면에 비춰진 여파다. ‘국회의원의 악수를 거절하고 관중에게 큰절 하는 윤성빈’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다. 이 국회의원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금메달에 숟가락 얹은 것’ 아니냐는 의혹 어린 댓글이 잇따른다. 무엇보다 윤 선수의 친부모도 출입할 수 없는 피니시 라인에 들어선 것은 명백한 특혜란 게 국민들의 대체적 시선이다.

해당 의원은 곧바로 해명을 내놓았지만, 입을 열수록 여론은 악화일로다. 애초에 변명 대신에 “선거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뉘앙스의 ‘진정성 있는 해명’을 했다면 어땠을까. 쉽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환호할 기회는 많지 않다. 어렵게 맞은 국민적 ‘썰매의 기적’에 정치인이 끼어들면서 감격이 혐오감으로 바뀌었다는 여론이 높다. 국민 뇌리에 깊이 박힌 국회의원들의 특권의식에 대한 분노다. 적폐청산의 시대에 국회의원들도 스스로의 적폐인 특권의식을 이제는 내려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성중기자kwon88@

#남북정상회담

지난 2000년 6월13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환하게 웃으며 두 손을 맞잡았다. 1953년 남북이 휴전한 지 반세기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 간 만남이었다. 이후 2007년 8월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지속될 것만 같았던 남북의 대화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맥이 끊겼다.

최근 설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전달했다. 김여정은 남한을 방문한 첫 백두혈통이란 점에서 남북 대화를 희망하는 북한의 진실성이 담겼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일단 거리를 뒀다. 문 대통령은 “마음이 급한 것 같다”는 표현으로 에둘러 상황을 표현했지만 남북 간 대화가 우리끼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의미로 비친다.

남과 북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된 이유는 1950년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 때문이다. 남북에 엄청난 피해를 안긴 전쟁이지만 한국전쟁과 분단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2차 세계대전과 미국ㆍ소련 간 냉전시대가 자리하고 있다. 남북의 분단이 우리의 의지가 아니었으니, 남북의 대화조차 우리만의 문제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다만 남북 간의 대화 재개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권해석기자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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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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