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한 단계 강화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통화정책회의다. 전임 재닛 옐런 의장이 통화 긴축에 시동을 걸었다면, 파월 의장은 긴축 행보가 가속되는 시점에 오른 상징적인 첫 무대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정례회의에서는 매파적 시그널이 더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파월 의장을 뒷받침하는 통화정책 수뇌부 면면에서 공격적 성향에 무게가 쏠린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금리 결정을 기점으로 미국의 정책금리(1.50∼1.75%)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50%)를 웃돌게 된 점도 주목된다. 한ㆍ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된 것은 10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자본유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에선 그 가능성을 그다지 크게 보지는 않고 있다.
◇“금리 인상 빨라진다” 곳곳에 매파적 시그널 =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1.5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그렇지만 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3월 금리 인상 확률은 95%에 육박했다.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의 인상 속도에 맞춰졌다. 통화정책회의 직후에 공개된 점도표(dot plot)에서는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점도표란 FOMC 위원 개개인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분포도로 정리한 일종의 설문조사다. 연준 수뇌부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잣대인 셈이다.
이번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 기준)는 기존의 2.1%를 유지했다. 연간 3차례 인상에 나서겠다는 기존 속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외견상으로는 ‘3년간 매년 3차례씩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는 전임 재닛 옐런 체제의 기조를 고수한 셈이지만, 내부적으로는 4차례 인상론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15명 가운데 8명이 ‘3차례 인상론’을 피력하면서 주도권을 지켰지만 ‘4차례 인상론’도 7명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올해 인상 횟수를 놓고 절반으로 쪼개졌다”고 평가했다.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기존 2.7%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도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2차례에서 3차례로 늘렸다는 뜻이다.
오는 2020년에는 두 차례 인상을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7차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0.25%포인트씩 인상을 가정하면, 미국 기준금리는 3.25~3.50%까지 1.7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당장 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올해 인상 횟수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매파적 시각을 드러낸 셈이다.
◇실물경기 온기 확산…연준, 낙관론 강화 = 연준이 한 단계 매파적 기조를 강화한 것은 실물경기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일명 ‘골디락스 시나리오’다. 지금처럼 글로벌 경기가 너무 과열되지도 않고 냉각되지도 않은 ‘온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점진적인 긴축 기조에 변화를 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실물경기의 탄탄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실업률은 17년 만의 최저치인 4.1%까지 떨어졌고, 소비와 투자 지표도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주택가격도 완만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대대적인 감세정책과 재정지출 확대도 실물경기의 열기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2%)를 밑도는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근거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말 의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어떤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경제 전망치에서도 낙관론이 곳곳에 묻어났다. 연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5%에서 2.7%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전망치는 2.1%에서 2.4%로 0.3%포인트 높였다.
현재 4.1% 수준인 실업률은 3.8%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핵심 지표인 PCE 물가상승률은 올해 1.9%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