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금융자산에 분산 투자해 손실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낸다는 상식이 올해 금융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반까지 경기호황 덕에 선전했던 미국 주식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무역 전쟁, 세계 경제 둔화 우려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9월 연중 최고점을 찍을 때까지 9.6% 상승했지만, 이후 크게 꺾여 지난 14일 기준으로 올해 2.8% 하락한 상태다.
원자재 시장도 고전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한동안 물가상승 우려를 일으킬 만큼 상승세를 탔지만, 현재 벤치마크 브렌트유 선물값은 작년 말보다 10% 가까이 떨어졌고 구리 선물값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 속에 올해 15% 이상 급락했다. 금값도 5%가량 내렸다.
미국 각종 지표가 아직 탄탄한 경제를 보여주지만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성장 둔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시장의 비관론이 소비자와 기업들의 소비·투자를 위축시키는 게 문제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정크본드(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이 흔들리면 금융에 취약한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비용이 늘어나고 원유 가격이 무너지면 일자리 성장의 원천인 석유산업에서 투자·고용 의지가 꺾인다.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주식이 하락을 겪으면 오르게 마련인 채권도 전혀 사정이 편치 못하다.
미국 국채 10년물의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올해 7년여 만에 처음으로 3%를 넘나들 만큼 치솟았고 이는 시중 다른 금리들도 차례로 끌어올렸다.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5%를 넘어섰고 주택시장이 부진해졌으며 이는 증시에 상장된 건설주 하락으로 이어졌다.
에드 클리솔드 네드데이비스연구소 수석 전략가는 NYT에 “통상적인 해라면 (자산군에)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아무것도 제대로 안 되는 건 진짜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가 1972년 이후 8개 자산군의 투자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해마다 5% 이상 수익률을 내는 부문이 최소 1개는 됐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JP모건도 최근 연구조사에서 올해는 거의 모든 자산군과 투자방식에서 손실을 낸 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