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높은 H형강 써야 하는데
기준미달 콘크리트 복공판 판쳐
곳곳에 대형사고 위험 도사려
한강다리 중 차로당 일일교통량이 가장 많은 A대교의 성능개선공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가설교량에는 강성이 높은 ‘H형강’ 대신 값싼 ‘ㄷ형강’ 복공판을 써서 사고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
지난달 23일 오후 A대교 가설교량(가교) 현장. 아파트 9층 높이의 가교 위를 대형 트럭과 승용차들이 시속 60∼80㎞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아스팔트 대신 복공판이 깔린 도로에선 차량과 철판이 부딪치면서 내는 특유의 굉음이 귓가를 때렸다. 틈새가 벌어지거나 차량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저앉은 복공판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복공판 전문가 L씨는 “A대교처럼 통행량이 많은 가교에는 강성이 높은 H형강 복공판을 써야 하지만, 값싼 보도용 ‘ㄷ형강 복공판(일반 복공판)’을 썼다”고 지적했다.
다른 복공판 전문가 K씨도 “복공판은 잠깐 설치했다 철거하면 유령처럼 흔적도 없다”며 “안일한 생각이 만든 부실 복공판 도로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일순간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떠올라 섬뜩했다.
<건설경제>가 지하철ㆍ지하도로 공사현장과 임시교량의 도로 역할을 하는 복공판 상태를 취재한 결과, 상당수가 안전에 취약했다. A대교는 하루 교통량 17만대 이상으로 한강다리 가운데 한남대교(21만대 이상) 다음으로 통행량이 많다. 차로당 교통량만 2만9000여대로 한강교량 중 1위다.
2012년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았고, 1단계로 오는 6월까지 북단 접속교와 램프 4개소에 대한 보수ㆍ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교량 안전을 위한 보수용 가교가 위태로운 역설의 현장이다.
A대교 외에도 각종 공사현장에 깔린 200여만장의 복공판 중 표준 중량에 훨씬 못 미치거나 부적합한 재질로 만든 복공판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두두두둑! 다다다닥!’ B시청 앞 사거리 지하차도 공사 현장. 수십t의 대형 트럭과 차량들이 콘크리트 복공판 위를 달리고 있다. 전문가와 함께 복공판을 살펴봤다. 강합성 복공판의 곳곳이 깨지고 틈새가 크게 벌어졌다. 건널목에 설치된 복공판조차 단차가 심하고 표면이 움푹 파였다.
차량 통행이 통제된 공사현장 한복판으로 가자, 폐기용 콘크리트 복공판 수백여장이 쌓여 있었다. 일부러 망치로 힘껏 내리친 것처럼 콘크리트 표면이 처참하게 박살났다. 전문가들은 “5㎝마다 철근을 써야 하는데 20㎝ 간격으로 듬성듬성 넣다보니 콘크리트가 쉽게 깨진 것”이라며 “무겁고 잘 깨지는 콘크리트 복공판은 도로 위의 지뢰”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여의도의 한 사거리. 급커브를 도는 차량들이 복공판 위를 달리자 ‘텅텅텅∼’ 하는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상부를 얇은 철판으로 덮은 복공판의 철판이 구부러졌다 펴질 때 나는 소리다. 경찰 관계자는 “복공판을 깐 뒤부터 비만 오면 미끄럼 사고가 잦다”고 귀띔했다. 미끄럼 방지 요철이 없는 일반 복공판을 쓰면 차량 정지거리가 40% 이상 길어져서다.
220여명의 사상자를 낸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의 조사단장을 맡았던 이명재 중앙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복공판은 이동차량의 하중이 강해 반드시 용접구조용 강재를 써야 한다”며 “가장 단순한 원칙을 무시하면 제2의 세월호, 마우나리조트 사고가 또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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