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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쟁 시대, M&A가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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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30 14:40:22   폰트크기 변경      

WSJ, 최근 피아트 합병 제안 등

역대 사례 들어 ‘변화’ 방향 제시

몸집불리기보다 똑똑한 진화 강조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르노와의 합병 추진에 나선 것을 두고 “또 다른 ‘블록버스터’가 되지 않으려는 회사 임원의 열망에 의해 추진된 거래의 최신 사례”라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록버스터는 1990년대 번창했던 미국의 영화 비디오·비디오 게임 대여업체다. 해외로도 진출해 정점이었던 2004년에는 전 세계에 점포 수가 9000개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온라인 스트리밍 비디오란 첨단 서비스로 도전해 온 넷플릭스에 밀려 2013년 문을 닫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20여 년 전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에 매각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블록버스터는 당시 군소 경쟁사였던 넷플릭스에 관심이 없었다. 대신 업계 2위였던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기술 변화와 도전에 대처하려 했다.

WSJ는 “블록버스터는 몸집을 불리기 위해 많은 돈을 쓰는 회사들에서 (기술 확보로) 더 똑똑해지기(smarter) 위해 많은 돈을 쓰는 회사로의 전환을 읽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의 합병 제안은 이 같은 블록버스터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사례라는 것이다.

포드 출신으로 현재 TPG캐피털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마크 필즈는 “이런 움직임(르노와의 합병)은 다른 방식으로 ‘규모’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작은 플레이어인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오랫동안 합병 상대방을 찾아왔고, 이번 제안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폭스바겐과의 합병설이 돌기도 했고, 2015년에는 제너럴모터스(GM)에 합병을 제안하기도 했다.

WSJ는 “피아트크라이슬러와 마찬가지로 르노 역시 기술 개발에 써야 할 돈이 늘어나는 가운데 매출은 줄고 있다”며 “테슬라나 포드 같은 경쟁자들이 혁신으로 수익을 내기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서 이는 나쁜 뉴스”라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훌륭한 전기차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 빠져 있고 포드는 자율주행차, 차량공유 프로젝트 등에서 하루 200만달러(약 2400억원)씩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GM 임원 출신의 스티브 거스키는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비용이 비싸다는 것을 깨달았고 많은 경우 그 비용을 나누게 되면 좀 더 형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를 ‘똑똑해지기 위한 몸집 불리기’ 이론이라고 명명하며 이 이론이 자동차 업계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생존 전략의 또 다른 흐름으로 장래성 있는 IT(정보기술) 기업을 인수하거나 경쟁사와 제휴하는 움직임을 들었다.

이 매체는 “어떤 기업들은 넷플릭스 같은 유망 IT업체를 발굴하기를 희망하며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사들이고, 다른 기업들은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사와 힘을 합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변화는 엔터테인먼트 공룡인 디즈니나 미국의 유통 공룡 월마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일어나고 있다.

WSJ는 왜 월마트가 적자를 내는 인도의 유통업체 플립카트의 지분 인수를 위해 160억달러(약 19조원)나 썼겠느냐고 물었다. 답은 바로 아마존이라는 것이다.

월마트는 세계 최대 유통기업이지만 온라인 판매는 매출의 5%에 불과하다. 이는 월마트가 플립카트의 결제 시스템이나 세계 2위의 인구를 가진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에서 배울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디즈니의 21세기폭스 인수 역시 표면적으로는 디즈니에 더 많은 스튜디오와 방송채널을 안겨줬다. 하지만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기술 전환을 더 광범위하게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거래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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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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