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창립 멤버가 평가한 현 조용병 회장은 ‘굽힐 줄 아는 사람’이다. 서울대 법대 특유의 엘리트 의식으로 다소 꼿꼿한 한동우 전 회장과는 그 점에서 달랐다고 한다. 조 회장은 고객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먼저 굽히면서 궂은 일도 도맡아하며 신한은행의 ‘내실’을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함께 키웠다.
신한금융그룹은 현재 혼란스럽다. 반 조용병, 친 조용병으로 나뉘며 힘 대결이 극심하다. 조 회장이 채용과정에서의 특혜제공과 합격자 남녀 성비를 조정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심 구속을 면하긴 했지만 연임 내내 재판 리스크는 조 회장과 신한금융그룹의 발목을 잡게 된다. 검찰도 신한금융도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갈 것이다.
기업의 수장이 실책을 안고 버티면 신한은행의 ‘열심히 뛰는 문화’는 붕괴될 수 밖에 없다. 중간 관리층의 불만은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일심동체로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성장해온 신한금융 입장에선 이러한 악재도 없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DLS는 지난해 7월 만기 도래 후 만기 연장이 무기한 지속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에 가입한 고객의 불완전판매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은행의 고객을 증권상품에 소개하고 가입할 경우는 반드시 신한금투 직원이 상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해야 함에도 은행 직원이 상품을 설명하고 증권사 직원은 상품가입 서류 내 관리자 란에 사인만 하고 있다고 한다. 신한카드의 민원 증가율을 업계 최고 수준이다. 14억 횡령사건도 발생했다. 계열사 전반의 내부 통제망이 무너지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와 관련해선 ‘버티면’ 싸게 인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참모진을 퇴진시키고 430억 횡령사건이 발생한 아시아신탁에 대해서도 특별조치 없이 인수했다. 조 회장 재판에 유리한 평판을 얻기 위한 모럴해저드적 의사결정이라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특히 조 회장의 혐의는 선배 세대의 잣대론 애초에 그만뒀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신한은행 초기 멤버는 “1970년대~80년대 이정도의 스캔들이면 유무죄를 떠나 도덕적인 책임을 안고 다 그만둬야 했다”며 “지금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지주 수장들 뿐만이 아니라 국회의원도 대법원까지 끌고가 임기를 다 마치는 세상이니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청년 조용병이라면 2020년의 본인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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