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쯤이었다. ‘불통의 시대’를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져가던 때다. 동시에 ‘경청’하는 시대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경청:대한민국 소통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그 중심에 섰다. 진짜 소통과 가짜 소통 그리고 소통이 무엇인지, 어떻게 경청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목표는 단순 명료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박 시장이 ‘경청’이 아닌 ‘딴청’을 피우고 있다.
새집을 원하는 시민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게 원인이다.
실제 서울 시민들은 해를 거듭해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다른 지역이 살기 좋아서가 아니라 서울에 살고 싶은 주택이 부족해서다.
살고 싶은 주택이 부족하고, 수요는 계속 늘어나다 보니 기존에 있던 집값은 더 올랐다. 그렇게 서울에 직장을 둔 수많은 근로자는 밤이면 서울 밖으로, 아침이면 다시 서울로 대이동을 하고 있다. 매일같이 지옥철, 지옥버스에서 출퇴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지역 주택공급을 늘리려는 시그널은 없다.
오히려 박 시장은 “공급률은 거의 100% 수준으로 굉장히 올라갔다”며 공급에 이상이 없다는 말만 고장난 라디오처럼 반복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전국 6만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서는 수도권 중심으로 여전히 ‘내집 마련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내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체 국민의 82.5%에 달했다.
서울지역 내 자가보유율은 47% 수준이다.
투기 영향도 있겠지만 멸실주택 및 1∼2인 가구 증가, 민간 임대주택사업이 활성화된 영향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제대로 된 서울 주택공급의 안정화 시그널이 필요하다. 새로운 주택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시그널만 강조된 결과는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는(Living)’ 집에서 ‘잘 사는(Buying)’ 대상으로 변질된 주택에 대한 인식도 바꿀 수 없다. 해답은 박 시장이 강조해온 ‘경청’에서 찾아야 한다.
한형용기자 je8day@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