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2부 안종호 기자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불법 보조금․담합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관련 제도나 상황이 점점 ‘솜방망이 처벌’에 가까워지고 있어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6일 갤럭시S10 5G에 대한 불법 보조금 지급 의혹과 관련해 통신 3사에 경고했다. 이들 업체가 갤럭시S10 5G의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구두 경고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방통위의 경고(16일) 이후 주요 휴대폰 매장을 가보면 여전히 불법보조금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처벌이 약해지는 시그널이 나타나서다. 방통위는 오는 5월까지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 포상금을 기존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불법 보조금 현장을 신고할 경우 지급되는 포상금은 통신사와 판매점이 나눠 부담하는데, 벌금을 낮춰 유통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통신사ㆍ판매점 입장에서는 5월부터 기존에 해왔던 불공정행위를 3배 더 해도 벌금은 똑같이 낸다. 재고 소진 등 판매에 급급한 상황이라면 구미가 당기는 조건인 셈이다.
벌금이 줄어 포상금까지 줄면 눈에 불을 키고 불법행위를 찾던 이른바 ‘폰파라치’들도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지 않을까. 이 경우 불법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
불법 보조금뿐만 아니라 담합 행위에 대한 처벌도 약하다. 통신 3사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1년 동안 24회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 이 중 17건에 모두 867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매출액에 한해 최대 10%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담합으로 발생하는 이윤이 매출액의 10%를 초과한다면 얼마든지 걸려도 상관이 없는 셈.
실제 카르텔 관련된 사건 중에 매출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내는 경우도 드물다. 기업들의 담합 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어 관계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 입장에서는 점점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거래법을 밥 먹듯이 위반한 통신3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처벌을 적게 받는지,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노하우도 쌓여 있다.
KT 등 일부 기업들은 공정위 ‘전관’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른바 ‘전관 예우’와 풍부한 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범죄 행위를 빠져나가기도 수월하지 않을까.
현행 법ㆍ제도상 통신3사가 불법 행위를 해도 처벌을 비웃을 수 밖에 없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부임 초 ‘재벌들 혼내주느라 회의에 지각했다’고 한 것처럼, 누군가는 통신3사를 제대로 혼내줘야 한다.
안종호기자 j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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