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은 학교에서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이라 배웠다. 개도국이란 말 그대로 사회체제나 시민의식, 특히 경제적 ‘부’가 우상향하는 변동 과정에 있는 나라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를 대상으로 후진국, 중진국 등으로 분류하던 기준이 1960년대 개발도상국으로 통일됐다. 이 범주에 한국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식민지 지배를 받은 것도 모자라 국제전의 전장이 돼 그야말로 폐허로 나라가 출발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은 두 자리 수에 불과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물자원조 등 큰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후 한국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근면성실한 국민성과 일사불란한 정책의 결과였다. 폐허로 얼룩진 강토에서 ‘한강의 기적’을 거뒀다.
하지만, 90년대엔 한국은 멀었다는 자조가 지배적이었다. 90년대까지도 일제, 미제품이 최고였다. 국산제품은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했다. 한국은 더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때마다 물질적인 수준은 풍족해졌어도, 선진국보다 시민의식이 한참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신적으론 아직도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2020년 올해는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듯 싶다.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한국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 시민의식 모든 면에서 선진국임을 입증했다.
진단 장비와 방역시스템을 전수받으려는 해외 선진국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민의식도 놀랍다. 불철주야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하는 의료인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외 입국 때부터 자가격리를 완벽하게 진행하는 사례도 곳곳에서 관측된다. 마스크 줄 서기도 불평 없이 감내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철저하게 지켜나가고 있다. 코로나19 대구 확진 환자를 광주에서 대승적으로 치료하는 달빛동맹도 국민에게 큰 울림을 줬다.
사재기로 마트 곳곳의 물건들이 동나고, 제 몸 하나 건사하려고 요양병원을 계획적으로 탈출하는 사례들은 오히려 우리가 그만큼 믿고 목표로 했던 선진국에서 나타났다.
자만하자는 얘기도 방심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큰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그 이후의 대한민국이 기대된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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