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건축가를 우아한 예술가로 표현하지만, 실제 기자가 만난 건축가들의 일상은 전쟁에 가까웠다. 하루종일 이어지는 설계 업무와 건축주와의 조율, 허가를 위한 건축공무원들과 협의 등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수주가 마땅찮을 때는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를 일거리를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소규모 건축사사무소가 대부분인 건축업계에서 여성 기업만 우대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최근 만난 한 건축가는 많은 소규모 건축사사무소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건축사 수가 적다 보니 여성 기업 등과 우선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설계 사업에만 참여해도 1년에 2,3건은 충분히 수주한다는 지적이다.
국가계약법상 용역계약은 추정가격 2000만원 이하일 때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여성기업과 장애인기업 등의 경우는 추정가격 5000만원 이하로 그 범위가 늘어난다. 이 건축가는 “단순히 계산하면 1년에 2건만 수주해도 1억원을 버는건데, 공공사업에서 이정도를 벌 수 있는 사무소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건축사 자격시험 횟수가 연 1회에서 2회로 늘어난 것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더 많은 사람이 건축사 자격을 갖게 되면 지금보다 업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취재 자리가 아닌 사석에서는 “후배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으로 시작하는 얘기가 자주 나오기도 한다.
여성 기업 우대와 건축사 자격시험 횟수 증가는 다른 건축가들에 대한 역차별일까. 대한건축사협회 정회원 중 여성 건축사는 전체의 8% 남짓, 올해 1월 기준 880명이다. 또 작년 건축사 자격시험 합격률은 약 13%이며 합격자 수는 1090명이다. 이마저도 매년 합격률이 올라 겨우 이뤄낸 수치다.
이같이 적은 수의 인원에게 위협을 느낄 정도라면, 산업 자체가 불안하다는 뜻은 아닐까. 업계에서 주로 언급하는 높은 업무강도, 적은 대가 등을 초래한 적은 새로운 건축사들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일원이 되고 싶어하는 이들이 적군일리 없다.
건축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다양한 사람이 참여할수록 건축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건축계가 더 많은 이들을 기꺼이 포용할 수 있을 때 진정 우아함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하은기자 haeu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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