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비계ㆍ동바리ㆍ거푸집 등을 임대하는 가설기자재 대여 업체들은 최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희소식이라면 건진법 개정안 시행규칙에 가설기자재의 정의로 비계, 동바리, 거푸집이 명시되면서 그동안의 숙원이었던 대여대금 체불에 대한 법적 보호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아직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건설현장에 홍보가 적절히 이뤄진다면 향후 기업 입장에서 큰 힘이 될 거라는 기대다. 통상적으로 일선 업체들의 체불률은 20%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법안에 대한 기대 이전에 당장 현장의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경기 악화로 일감이 줄어든 건 건설현장 전반의 문제지만 그전에 노조들의 겁박에 못 살겠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에 노조 문제는 새로운 게 아니지만 가설현장에서는 뉴스다. 하도급 지위조차 받지 못했던 건설현장의 ‘쩌리’ 신세였던 만큼 노조들의 간섭도 상대적으로 덜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게 돼버렸다. 단적인 예시가 형틀 노조인데, 과거에는 형틀 시공에만 국한해 일자리를 요구했다면 이제는 비계, 동바리 등의 설치 및 해체까지 본인들에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압박 수단 또한 타 공종 노조와 유사하다. 안전모 등의 현장 안전 문제부터 폐기물 등의 환경문제 및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을 문제 삼는다. 압박에 못 이겨 일부 인력과 계약하면 근로보다 현장의 문제를 찾아내 트집을 잡는데 더 유념이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더 큰 문제는 가설기자재 업체들이 ‘노조 무기력증’에 젖어든다는 것이다. 여러 업체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노조 문제는 아무리 언론에 노출돼도 바뀌지 않더라고요’하는 식이다. 업체를 통해 현장 시공팀과 통화해보려 해도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다. 현장 문제가 기사화되면 어느 업체인지 찾아내 보복성 압박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돌아오는 대답은 “기자랑 통화 안 한데요”인 식이다.
노조 리스크가 건설이라는 산업에 일상이 되어가면서 언제부턴가 이 문제가 사람들의 인식에 당연시돼 가는 느낌조차 든다. 문제는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 익숙함에 젖어 만성적인 질병이 된다면 건설현장 전반이 병자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
나지운기자 cat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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