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는 ‘좀비’ 영화가 풍년이다.
‘부산행’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2 방영과 시즌3 확정, 그리고 최근에는 ‘살아있다’와 ‘부산행’의 속편인 ‘반도’까지 좀비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살아 숨 쉬는 ‘선’과 죽지 못하는 ‘악’의 대결 구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이와 상당부분 닮았다. 죽지 못하는 사람이 살아 숨 쉬는 사람의 살과 피를 탐하듯,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꾼과 이를 방어하려는 사냥꾼 간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정부는 그동안 “투기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 “부동산 문제는 정부에서 잡을 자신이 있다”와 같은 발언을 이어왔다.
집값 상승의 원인은 다주택자나 갭투자 등 투기 수요에 따른 것으로 규정했고, 공급 대신 수요 억제에 집중해왔다.
그렇게 과열지역에 대한 투기수요 차단과 대출규제 등 다양한 금융 규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ㆍ취득세ㆍ양도세 강화 등 다양한 카드를 꺼냈다.
문제는 멀쩡한 무주택자, 1주택 소유자마저 ‘부동산 투기 좀비’로 규정하면서 집을 살 수도 없고, 이사마저 쉽지 않은 지경에 내몰린 데 있다.
임차인은 ‘선’, 임대인은 ‘악’으로 단정한 실책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말을 믿고 주택구입 시기를 미루던 무주택자는 땜질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상황에 망연자실했고,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서울지역에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소망마저 물거품이 됐다.
2017년 8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살지 않는 집을 파시라”고 한 발언은 3년이 지난 현재 청와대에서 또다시 나왔다.
청와대 참모부터 국회의원, 정부고위직까지 다주택자가 수두룩하다는 것을 재차 자인한 셈이다.
그런 사냥꾼이 만든 대책이 신뢰를 받는 것도, 잘 돌아갈 리도 없다.
오히려 내놓는 부동산 정책마다 역효과가 이어지니 그동안 다주택 공직자들이 자기 집값을 지키겠다며 설익은 대책만 쏟아낸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 좀비 사냥꾼들의 ‘배신’이다.
23번째 대책이라지만 서울지역에 양질의 주택공급이 원활히 이뤄질지도, 집값이 안정화될지도 모두 불확실해 보인다.
한형용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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