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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에필로그] 결국 승자는 건축사 자격시험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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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12 06:30:10   폰트크기 변경      
      

매년 6∼8월은 건축사사무소가 인력난을 겪는 시기. 9월에 있는 건축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휴ㆍ퇴직을 결정하거나 업무와 병행한다 해도 시험 준비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퇴직까지 감수해야 하는 이유는 자격시험 내용이 실제 건축사가 하는 업무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 컴퓨터 기반의 CAD 설계가 도입된 이후 손으로 도면을 그리는 건축사는 드물다. 업계에서는 “손 도면을 요구하는 사무소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런데 자격시험장에서는 응시자가 직접 연필로 도면을 그려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격시험을 준비하려면 반드시 학원에 다녀야 한다. 혼자 공부하는 때도 인터넷 강의 등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합격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시험 방식을 컴퓨터 기반으로 바꾸고, 시험 내용도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을 묻는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자격시험을 준비하는 게 실제 업무 능력 향상이나 건축사 자질을 갖추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자격시험 횟수를 연 1회에서 2회로 늘렸다.응시자들이연중 여유롭게 시험을 준비하고, 사무소들도 인력난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시험 횟수가 예년보다 늘어나면서 합격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실제로 올해 1차 시험 합격률은 역대 최고인 18.5%를 기록했다. 올해 1차 합격자 수는 작년 한 해 합격자 수(1090명)보다 많은 1306명이다.

많은 건축사가 분통을 터뜨린다.예비 시험 합격자들을 최대한 많이 합격시켜 관련 민원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예비 시험은 작년에 폐지됐지만, 작년까지 예비 시험 합격한 사람들에게 2026년까지 본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결국 이 같은 방식의 수혜자는 ‘학원’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비 시험 합격자들이 본 시험 응시 자격을 상실하는 2026년까지 새로운 건축사가 쏟아지고, 수주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민원 피하기에 급급해 업계의 파장을 외면하는 사이에 자격시험 학원들만 성행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하은기자 haeu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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