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비슷한 또래를 만나면 최근 들어 빠지지 않는 대화 소재가 있다. ‘집’이다. 부동산에 부쩍 관심이 많아질 나이여서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요즘 들어 집에 관한 우리들의 대화는 지금까지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작년, 아니 올해 초여름까지만 해도 주된 주제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가’였다. 그러다 대출 받을 길이 막막하다는 것을 ‘핑계’로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대화를 끝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는 최근에는 ‘부동산 블루’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우울감이 우리를 덮치고 있다. 집을 사야 하는 것이냐는 딜레마에서 이제는 ‘왜 그때 사지 않았을까’라는 후회 만이 남는 대화다. 별뜻 없이 몇 년 전 집을 산 사람이 끼어있다면 눈치보기에 바쁘다. 자신의 토로가 대다수에게 배부른 소리로 여겨지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탓이다. 그렇게 조용히 우리의 ‘계급’은 나뉜다.
많은 신혼부부들의 시작점인 전셋집도 이같은 대화에서 예외는 아니다.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은 연초보다 1억∼2억원의 전셋값이 올랐다. 궁극적 목표인 주택 구입을 위한 디딤돌의 높이마저 한없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무주택자에서 1주택자로 뛰어오르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 됐다. 주거 사다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열정 가득한 30대. 우리는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임대인과 임차인,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고 있다. 다만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닌, 오롯이 자신 만이 자신의 계급을 알고 있다. 20대를 어떻게 보냈느냐는 지금의 결과와 정비례하지도 않는다. 단지 얼마 전의 선택이 현재의 계급을 정한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한다. 주변에 이를 믿는 사람은 이제 없다. 앞으로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주택을 구매해야 한다는 열망만 더 커졌다. 유주택자는 적폐가 되고 무주택자는 패배자로 만들고 있는 현 부동산 정책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권성중기자 kwon88@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