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뜨거운 이슈는 감정평가사협회와 프롭테크업체 빅밸류와의 갈등이다. 빅밸류는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빌라 시세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감정평가사협회는 지난 5월 이 업체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빅밸류가 감정평가 자격이 없음에도 연립·다세대 주택 등 부동산 시세를 평가해 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프롭테크판 타다’ 사태로 부르고 있다. 기존 산업과 혁신산업 사업자 사이의 갈등이라서다.
그러나 빅밸류측에선 타다와 비교되는 것이 썩 반갑지 않다. 타다는 다음 창업자 출신의 이재웅 쏘카 대표가 출범시킨 서비스다. 겉모습은 스타트업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기업 자본에 가깝다는 게 벤처업계 설명이다. 2대 주주가 SK였고 주력 서비스였던 ‘타다 베이직’이 스타트업 자본으로 운영이 어려운 11인승 카니발 렌터카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반면, 빅밸류는 영세한 규모의 말 그대로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되면서부터 여러 금융사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매출은 갈등을 빚는 감정평가 시장의 1%에도 못 미친다.
타다의 서비스가 결국 종료된 사실도 빅밸류 입장에서 타다와의 비교가 부담스러운 이유다. 타다는 불법 서비스 논란이 불거졌을 때 법원에서 타다 서비스가 합법이라는 판단도 받았다. 그러나 타다라는 대형 자본이 영세한 택시업계 영역을 침범한다는 프레임이 설정돼 국회가 제동을 걸었고 서비스가 결국 종료됐다. 빅밸류 관계자는 “타다의 전철을 밟으면 그 끝이 서비스 종료다. 타다와 비교되는 것은 부담된다”고 말했다.
빅밸류가 타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스타트업은 고발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업에 지장이 갈 수 있다.
빅밸류는 그동안 시세파악이 어렵던 빌라 시세를 파악해 청년, 신혼부부의 첫 집 마련에 도움을 준 공로로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에 선정됐다.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하는 정부라면 이제라도 나서 빅밸류의 막힌 숨통을 터줘야 하는 게 맞다.
안재민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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