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말로 치킨게임(chicken game)이라는 용어가 있다. 발음 그대로 적어서 치킨게임이지만 의역하면 겁쟁이 놀이 정도가 된다. 문맥에서 치킨이 의미하는 바가 겁쟁이기 때문이다.
본래 이 용어는 전후 경제 성장기였던 50년대 미국의 철없는 젊은이들이 목숨을 걸고 하던 내기에서 유래했다. 자동차를 서로 마주 보고 돌진,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패자이자 치킨, 즉 ‘겁쟁이’가 되는 룰이다.
어처구니없는 규칙의 내기를 말했던 이 용어가 이제 기업들의 세계에서는 회사의 존폐를 걸고 싸우는 처절한 피투성이 싸움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게임의 대가는 훨씬 잔인해졌다. 자동차 경주에서의 치킨게임이라면 지는 쪽은 자존심과 체면이 구겨지는 정도겠지만, 기업에는 파산선고다.
본래 경제학에서 치킨게임은 적자 판매를 감수하는 출혈경쟁을 통해 경쟁사를 죽인 뒤 나 홀로 살아남아 시장을 독점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엄청난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자본력이 있다면 피를 흘려가면서도 달콤한 과실을 노려볼 만하다. 그러나 실패하면 소비자가 승자가 되고 모든 기업에는 깊은 상처만 남는다.
건축물의 바닥과 천장을 만들어주는 데크플레이트 업계는 건설산업 내 치킨게임의 대표사례다. 이미 생산 원가에 턱없이 모자란 가격으로 울며 겨자 먹기 수주를 하며 버티는 형국이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인 일체형 데크의 경우 수주 가격이 원가의 -20%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말까지 들린다. 수주를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지만, 공장 가동률과 매출 규모는 유지해야 하니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어가며 일하고 있다. 이제는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서 좋은 얘기를 들은 기억이 오래다.
암울한 현재 상황보다 더 큰 우려는 아무리 싸워도 승자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반도체와 같이 진입장벽이 높으면서 기업 규모가 커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산업이야 치킨게임에서 승자가 하나라도 나올 수 있지만, 데크 업계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싸우고 싸운 끝에 업계 모든 기업들이 백기를 들고 결국 승자는 발주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나지운기자 catnolza@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