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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에필로그] 빈 공간에 아파트만 집어넣겠다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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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20 06:00:10   폰트크기 변경      

지난주 여름 휴가 동안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한 ‘지혜의 바다’ 도서관을 방문했다. 도서관은 지금은 폐교된 주촌초등학교 내 체육관(총 면적 3523㎡)을 리모델링했다. 지난해 건립된 후 지금은 김해 지역의 명소로서 어엿이 자리잡고 있다.

 지혜의 바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3층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이다. 2층 가장 아래부터 3층 가장 위까지 9만8000권에 가까운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져 있다. 그리고 파도 모양을 한 서가와 열람대도 중간 중간 위치해 있어, 마치 책으로 가득 찬 바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버려진 공간을 이처럼 재활용하는 방안은 지역 사회에서도 대단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경상남도는 지혜의 바다 1호를 창원에, 2호를 김해에 건립한 데 이어 3ㆍ4호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 곳을 방문해 관련 아이디어를 얻어가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풍문이다.

이날 동행했던 지인은 “서울에 이렇게 큰 빈 공간이 있었다면 도서관으로 만들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라며 “대신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에 맞춰 소형 규모의 아파트를 가득 짓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그 말이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지난 8ㆍ4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시 내 자투리 토지에는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상암동 견인차량 보관소 부지(200가구), LH(한국토지주택공사) 여의도 부지(300가구), 흑석동 유수지 부지(200가구) 등 작은 규모의 토지들도 포함돼 있다.

해당 토지들을 모두 정부 소유로, 아파트가 아니었다면 다른 용도로 결국 사용이 됐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역점적으로 진행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하나가 됐을 수도 있다.

빈 공간에 아파트를 지어 서울 지역의 주택 공급 우려를 지우고, 부동산 가격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다른 용도로의 활용 가능성은 사라졌다.

물론 서울의 문화 인프라가 국내 어느 지역보다 풍부한 만큼, 도서관을 건립하지 못한다고 해서 문제될 구석은 없다. 그러나 해당 토지가 아파트가 아닌 다른 식으로 재활용될 가능성을 잃었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하다.

정석한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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