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정부는 애써 이 사실을 부정하고 있지만, 온 나라가 이미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나온다. 정부 출범 이후 23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는 점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정책은 이미 누더기다. 부동산 대책이 수시로 발표될 때마다 대출과 세법 등 온갖 규제가 담겨 있다 보니, 바뀐 내용을 업데이트해야 하는 은행원과 세무사들조차 세부 내용을 헷갈려한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방향성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불법 투기꾼이 부동산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올해 초 부동산 불법 근절을 목표로 범정부 조직을 구성해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꾸리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바 있다. 이 조직에는 특별 사법경찰관까지 투입됐지만, 활동 내역을 살펴보면 내실이 없다.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대응반이 내사에 착수해 완료한 110건 중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혐의가 없어 종결된 건수는 절반인 50%(55건)에 이른다.
종결된 55건 외 나머지 55건의 단속 실적도 결과가 초라하다. 55건 중 33건은 지자체로 이첩돼 결과가 불분명했고, 시장 교란 행위로 판단해 정식수사가 이뤄진 입건 건수는 18건에 그쳤다. 정부가 그토록 잡고 싶어하는 ‘투기꾼’의 실체는 생각보다 소수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응반을 모태로 한 ‘부동산감독원’을 출범시키겠다고 한다. 수요와 공급 조절을 통한 주택시장 관리가 아닌 투기꾼을 잡아내기에 아직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통치 형태의 등급을 다섯 가지 단계로 나눠 소개한다. 세상을 가장 잘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고, 다음은 이익을 이용해 백성을 이끄는 것, 세 번째는 도덕으로 가르쳐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형벌을 통해 백성을 바로잡는 것, 마지막은 백성과 다투는 통치다.
과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 중 어디에 속할까.
김희용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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