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힘든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서다.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판을 바꿔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그렇고, 사상 최장기간의 장마와 기록적인 폭우, 역대급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그렇다.
올해가 아직 3분의 1일이나 남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또 일어나지는 않을까 불안할 정도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섬진강과 낙동강 제방이 무너진 게 하이라이트였다.
이달 초 섬진강 유역에서는 500년 만에 한 번 올 만한 수준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섬진강 1년 강우량 1200㎜의 절반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탓에 제방 100m가 붕괴되며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됐고, 주민들은 긴급 대피했다.
낙동강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하루 평균 200㎜, 이틀 간 최대 450㎜의 비가 내리면서 제방이 무너져 평온한 마을은 한순간에 물바다로 바뀌었다.
폭우 이후에는 역대급 강풍을 동반한 태풍 ‘바비’가 들이닥쳤다.
다행스럽게도 바비는 만반의 준비를 한 덕분인지 상대적으로 작은 피해를 남기고 지나갔다.
문제는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자연재난 피해액은 5432억원, 복구액은 1조3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복구액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피해에 따른 막대한 손실도 손실이지만 피해액의 2배가 넘는 예산을 복구에 쓰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자연재해를 막아줄 인프라는 급격히 늙어가고 있다.
댐의 고령화율은 60%를 훌쩍 넘어섰고, 하천과 상하수도도 고령화율이 각각 17.6%, 15.6%를 보이며 자연재해에 대처할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렇게 매해 피해와 복구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망각’ 때문이다.
기록적인 폭우 피해가 발생한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유례 없는 폭우 피해는 기억 속에서 벌써 잊혀져 가는 분위기다.
기후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자연재해 만큼은 망각해선 안 된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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