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사한 아파트에는 신기술, 시스템, 공법이 다수 적용됐다. 그중에서도 창호는 이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렸다.
안방과 베란다 사이에 설치된 창 하부 틀이 마치 조각조각 이어 붙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해당 창 제조사는 물론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다른 제조사에도 문의했다. 조망을 가리지 않고자 개발한 공법으로 최근 많은 건설현장에 적용 중인 방식이라고 했다. 아무리 봐도 짜깁기처럼 보인다고 반문하니 “제대로 마감하지 못해서 그렇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창호와 시공법은 최신, 최고 효율을 자랑하지만, 소비자와의 최종 접점인 시공은 최고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이 공법을 알 리 없는 입주민들은 시공사와 하자 시비가 붙었다. 시공사에서 창호 제조사로, 제조사에서 설치협력사로 꼬리를 물고 책임 공방이 이어진다. 입찰을 통해 이 창호를 선정한 시공사는 제조사로부터 공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으니 제대로 감독했으면 될 일이다. 또, 제조사는 설치협력사에 공법을 교육하고 현장 담당자가 검수했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을 이유로 마감 확인을 생략한 대가는 하자라는 오해다.
이렇듯 작은 마감 하나는 상심시키기도 했지만, 감동을 주기도 했다.
국내 한 가구업체에서 거실 장식장을 주문했다. 시공협력사 소속 설치기사 두 명이 왔다. 새 아파트라 바닥이 찍히지 않도록 보양재를 꼼꼼하게 깔고 시공할 자재를 설계도에 맞춰 차례로 분류했다. 점심도 거르고 7시간이나 시공에만 매달렸다. 선반 조합이 다양하고 슬라이딩 문까지 있어 가장 시공하기 까다로운 제품이라고 했다. 이만하면 된 것 같은데도 슬라이딩 문을 열고 닫으며 미세한 오류를 계속 조정했다. 청소와 폐기물 정리 같은 뒷정리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 정성과 수고만큼 거실 장식장은 완벽하게 시공됐다. 방망이 깎는 노인의 현대판이었다.
아파트 시공사나 창호, 가구 제조사 모두 내로라하는 기업이다. 유능한 인재들이 남다른 제품을 개발하고 설계, 시공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완성은 마지막 한 끗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제시한 올해 소비트렌드 중 하나도 ‘라스트핏 이코노미(Last Fit Economy)’였다. 이제 건설, 자재도 소비자와의 마지막 접점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다. 사실 진작 그랬어야 했다.
문수아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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