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54일이라는 길고 긴 장마 기간을 거치면서 많은 곳이 물난리를 겪었다. 집중호우로 하천제방이 무너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수해 피해가 발생했다. 장마는 끝났지만 새로운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면서 홍수 우려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 위기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기다.
이번 피해로 홍수 대비를 위한 많은 보완 과제들이 떠올랐다. 댐과 댐 하류 하천의 설계빈도가 달라 홍수 대응에 엇박자가 난 점, 댐과 하천의 소관 부처가 달라 원활한 홍수관리체계가 가동되지 않은 점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댐의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댐 관리 권한이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으로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오면서 신규 댐 건설은 사실상 중단됐다. 대신 치수능력 증대사업을 통해 기존 댐의 물그릇을 키우는 일에 집중했다.
실제 이번 홍수 피해의 원인으로 의심받는 섬진강댐과 합천댐 등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댐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댐 수위를 높게 유지한 이유는 있다. 올해 여름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기는 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뭄이 심각했다.
댐은 홍수에 대비해 물 공간을 남겨두는 치수 기능도 해야 하지만 가뭄 해소를 위해 물을 채우는 이수 기능도 해야 한다.
올해 댐 저수율을 높게 유지한 이유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아마도 앞으로 있을지 모를 가뭄에 대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꼭 가뭄이 아니더라도 댐에 대한 물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새로 댐을 짓지 않으면서 기존 댐이 공급해야 하는 각종 용수 수요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4대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댐 물을 환경개선용수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댐에 물을 많이 가둬야 하는 이유였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 홍수를 계기로 앞으로 댐들은 저수량을 지금보다 낮춰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태풍을 앞두고 주요 댐들은 사전방류를 통해 물빼기에 한창이다.
당장의 피해 예방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지만 이러다 다시 가뭄이 찾아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든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기후변화 시대에 댐의 이수와 치수의 기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를 앞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현명한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권해석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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