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원.’ 정부가 내년도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으로 책정한 숫자다. 정부가 SOC 예산 26조원을 편성한 것은 최초다. 올해 SOC 본예산 23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11.9% 늘었다. 2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게 됐다.
SOC 예산 증가의 배경에는 경제가 있다. 2019년 한국 경제는 2% 성장하는 데 그쳤고 올해는 더욱 심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로 1분기 경제성장률은 -1.3%, 2분기는 -3.2%까지 떨어졌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면서 정부는 3분기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참하게 빗나가며 마이너스 성장이 불 보듯 뻔하다.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 사태에 경제가 휘청거리자 정부가 내년 SOC 예산을 대폭 늘려 잡은 것이다.
SOC는 경기 진작 효과가 가장 확실한 지출이다. 강의실 불 끄러 다니는 임시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양질의 일자리도 생긴다. 예정보다 빨리 SOC에 투자해도 제대로만 쓴다면 그 자산은 그대로 남는다. 현재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된다.
이러한 효과는 과거 경험으로 증명됐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건설투자가 경제성장에 70.2%, 75.3%를 각각 기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SOC 예산을 늘려 잡은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총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총지출이 292조8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555조8000억원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정부 예산안에서 SOC는 2010년 24조8000억원에서 올해 26조원으로 1조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총지출에서 SOC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4%에서 4.6%로 떨어졌다.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지출 대비 SOC 예산 비중은 4%대에 불과하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한국 경제는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코로나19와 같은 돌발 위기에 대응하고 꾸준한 경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총지출 규모에 맞게 SOC 예산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재현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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