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다수의 취재원에게 “A사가 재택근무를 한다던데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연차가 낮은 직원도, 회사를 이끄는 대표도 모두가 궁금해하는 내용이었다.
전국적으로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래서 머슴살이도 대감 집에서 하라고 했구나”라며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는 글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설계 업계에서는 비교적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팀의 협력이 중요한 작업을 하고, 마감기한이 촉박한 프로젝트들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즉각적인 소통이 어려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곳은 매우 적었다. 대부분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사무실 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정도로 반응했다.
이런 와중에 한 건축사사무소에서 재택근무에 들어가 화제가 됐다. 데스크톱 대신 고성능의 노트북을 지급하고, 각종 미팅이 있을 경우 현지로 출근하게 하던 기존의 방식이 뒷받침한 덕이다. 이제는 보편화한 화상회의 프로그램도 한참 전부터 활용하고 있었다.
재택근무를 도입한 한 엔지니어링사 대표는 이번 경험을 통해 재택근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고 말했다. 연차가 낮은 직원들의 호응은 말할 것도 없고, 중간관리자들의 역량이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앞으로 직원 채용 시 재택근무를 조건으로 내걸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연일 재택근무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젊은 직원들과 고위 임원, 미혼자와 기혼자, 1인 가구와 2인 이상 가구 등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재택근무를 평가하는 기준이 매우 다르다. 그러나 회사가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방법을 시도하면서까지 나의 안위를 걱정한다는 데는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은 기업 문화를 평가하는 척도가 됐다. ‘평생 직장’이라는 표현이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신속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며 회사에 애정이 샘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직원들을 신뢰하기 때문에 과감히 시도한다는 인상을 줄 때는 더욱 그렇다.
하루도 빠짐없이 출퇴근 중인 한 설계사 막내 직원은 “몸이 가까우면 뭐해요. 마음은 다 떠났는데”라고 털어놨다. 무서운 말이다.
이하은기자 haeu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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