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취재에필로그> 나의 전세난 체험기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0-09-11 06:00:13   폰트크기 변경      

올 연말 결혼을 앞두고 돈 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웨딩촬영과 결혼식 준비에 수백만원, 가전과 가구 구입에 수천만원을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신혼집 마련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여느 예비 신혼부부처럼 서울 또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 전셋집을 구할 생각이었다. 예산은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4억원. 예비 신부의 직장 접근성이 좋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을 오랜 기간 눈여겨 보고 있었다. 비록 30년 된 복도식 아파트가 즐비하고 지하 주차장도 없어 이중, 삼중 주차가 불가피하지만, ‘신혼 전셋집’이라는 이유로 감내하려 했다.

결혼을 결심한 올해 2월, 자양동의 전용면적 51㎡ 아파트 전세 시세는 3억1000만∼3억4000만원선이었다. 매물도 많았다. 걱정이 없었다.

여름을 지나며 서울 전세 시장은 폭발했다. 전월세신고제ㆍ전월세상한제ㆍ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 3법’ 시행 예고에 집주인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들의 불안을 호가에 투영했다. 2월에 본 집은 5개월 만에 최고 5억원까지 치솟았다. 11월 입주를 마치려면 슬슬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중개사무소에 전화를 돌리는 게 고작이었다. 4억원대 매물이 없냐고 물었다. 4억원대 매물은 모두 5억원으로 오른 지 오래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마저도 매물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한 공인중개사는 공동중개 시스템을 보여준 적이 있다. 자양동 전체의 전세 매물이 2건에 불과했다. 모두 전셋값 8억원 이상의 중대형 면적이었다.

최근 경기도 분당신도시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대단히 만족스런 시작이지만, 이 역시 쉽진 않았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밀려났지만, 전셋집 씨가 마른 것은 이 곳도 마찬가지였다.

‘임대차 3법’에 대한 원망은 아니다. 즉시 시장에 녹아드는 정책은 없기에 부작용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겪어 보니 다르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작의 순간, 이렇게 커다란 벽에 부딪힐 줄은 몰랐다. 2년 후의 나는 같은 일을 겪지 않길 바란다.

 

권성중기자 kwon88@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