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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에필로그] 레미콘을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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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22 09:59:42   폰트크기 변경      

 

레미콘 업계가 시쳇말로 죽을 쑤고 있다. 사업장 매각 소식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코로나19에 따른 건설경기 위축에 장마ㆍ태풍 등 기상악화까지 맞물리며 사상 최악의 레미콘 출하 공백이 지속되자, 이를 견디다 못한 레미콘 사업자들이 공장 매각을 서두르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레미콘 공장이 문을 닫고 있다”면서, “뾰족한 대안이 없는 터라 너도나도 공장 매각을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현재 전국에는 950여곳의 레미콘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기자가 확인한 공장 매각 사례만 10여곳이 넘었고, 다른 5곳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공장 100여곳이 매물로 나올 것이란 업계의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레미콘 산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올해보다 더욱 암담했던 시절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대규모 시장 이탈은 없었다.

유독 올해 시장 이탈이 가시화한 까닭은 무엇일까. 외부적 요인도 무시할 순 없지만, 레미콘 산업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 기인했다는 게 더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레미콘 산업은 국가 경제성장과 함께해 온 대표적 뿌리산업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에 비친 레미콘의 모습은 ‘혐오시설’에 가깝다.

일례로 서울 성수동 소재 A사의 레미콘공장은 1970년대 서울의 근대화 사업을 비롯해 수도권 내 수많은 건설공사에 이바지했지만, 현재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지역 주민들은 도심 한가운데 딱하니 자리 잡은 공장을 마치 집값 하락을 부추기는 ‘눈엣가시’로 여긴다. 정부와 지자체는 포퓰리즘의 도구 정도로만 취급한다.

현재 A사는 서울시의 서울숲 공원화 사업 일정에 맞춰 오는 2022년까지 공장 이전을 끝마쳐야 한다. 하지만 대체 부지 확보가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레미콘은 제품의 특성상 운반부터 타설까지 1시간 반 내로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에 레미콘 공장이 산재한 이유다. 당장은 불편하고 혐오스럽겠지만, 공장이 사라진 뒤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레미콘 산업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기 전에 정부 차원의 조속한 지원과 확실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계풍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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