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건설전문지 ENR이 올해의 ‘글로벌 베스트 프로젝트’로 파나마의 ‘콜론 도시재생사업’을 선정했다. 카리브해 연안의 항구도시 콜론은 파나마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이며 미주대륙 물류의 중심지였지만, 1940년대 대화재 이후 노후 인프라가 장기간 방치되며 세계 10대 범죄 소굴로 전락한 도시였다. 도시의 별명은‘신이 버린 도시’. 파나마의 한 정치인은 TV 토론에서 “콜론을 재개발을 하느니, 핵폭탄을 투하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게 빠르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그랬던 콜론이 ENR이 꼽을 정도의 도시재생사업 성공사례로 등극한 것이다.
2014년 출범한 바렐라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약 14조원 규모의 공공사업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2015년 파나마 국민주택부는 사업비 7800억원 규모의 콜론 도시재생사업을 발주한다. 도시 전반의 △주거용 구조물 복원 △810년 역사의 구시가지 현대화 △5380가구 아파트 건설 외에 상하수도, 도로 인프라, 녹지공간 조성이 사업의 핵심 내용이었다.
프로젝트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건설사 노르베르투 오데브레히트 컨소시엄(지분 51%)이 수주했다. 사업 자체는 기술ㆍ정치ㆍ사회적으로 난항의 연속이었다. 질퍽한 토질을 가진 도시의 상하수도 재건을 위해 건설사는 시멕스(CMEX)와 협업하며 붕괴된 인프라를 하나씩 복원해 나갔다. 동시에 콜론 주민 3600명을 고용해 현장에 투입했고 작업 시간 1.5%를 주민 교육에 할애했다.
이 가운데 정치적 소요와 건설사 특혜 논란까지 발생했다. 이 모든 역경을 뚫고 건설사는 49개월 간의 공사 끝에 현재 주거공간은 거의 준공 단계에 도달했다. ENR은 건설사들의 기술력과 파나마 정부의 의지가 ‘신이 버린 도시’에 인프라보다 더 큰 도약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5년 만에 범죄의 온상지가 도시재생에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쯤에도 엇비슷한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을까. 사실 현재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청주와 노원 창동 사업은 박근혜 정부 때 계획된 것들이다. 문 정부 최초의 경제기반형 사업인 통영 프로젝트는 민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며 실패 기로에 서있다. 도시재생 사업 참여 이력이 있는 건설사들에게 문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 중 콜론과 같은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기업이 기술력과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프로젝트가 단 한건도 없기 때문이란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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