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이후 집은 다용도 공간이 됐다. 기본적인 기능인 휴식 공간을 넘어 학습, 업무는 물론 운동, 영화감상과 같은 취미활동까지 집에서 이뤄진다. 공간 구성도 바뀌기 시작했다. 오래된 아파트의 발코니는‘집콕’생활을 하며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조명됐다. 소파와 TV가 차지하던 거실은 대형 테이블을 두고 부모는 재택근무, 자녀는 온라인 수업을 듣는 구성으로 바뀌고 있다. 한샘은 올 하반기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로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고 인테리어 콘셉트에 반영한 상품을 내놓았다. 건설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이 주택 공급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집을 연구하고 하나 둘 설계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집의 기능과 공간을 구현할 건축자재가 마땅하지 않다. 구할 수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고 성능도 보장할 수 없다. 공간을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하는데 핵심인 가변형 벽체, 이동식 벽체는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다. 장수명 주택 실증사업에 참여한 일부 건축자재기업이 이를 맡아 개발했지만, 시공성, 안정성 등 여러 면에서 상용화까지 가지 못했다.
이를 대체할만한 스마트 유리는 가격이 비싸다는 게 한계다. 투명한 유리로 거실과 알파룸을 구분하면 개방감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을 나눠서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인테리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부모가 알파룸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녀가 온라인 수업을 할 때는 투명한 상태로 뒀다가, 화상회의 등 집중이 필요할 때는 불투명하게 차단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사물인터넷 기능까지 더해 가족의 일정과 뉴스, 각종 정보를 표시하기도 한다. 3∼4년 전 수도권의 한 오피스텔에 적용한 바 있지만, 이후에는 분양 현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고 안정적인 성능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스마트 조명도 마찬가지다. 건설사마다 앞다퉈 스마트 조명과 컨트롤 시스템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지만, 폐쇄성 탓에 호환이 어렵다. 2∼3개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시공하는 재개발, 재건축 현장은 A사가 개발한 스마트 시스템을 B사 전기팀이 알지 못해 잘못 시공되거나 오작동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정부는 그린뉴딜, 디지털뉴딜을 통해 코로나 19발(發)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한다. 성장이자 복지라는 설명도 더했다. ‘집콕’시대에 집에서 편하게 살 수 있어야 복지 아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택을 위한 스마트 건축자재를 개발하고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건설이 곧 복지인 이유다.
문수아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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