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해주는 적정임금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지난 2010년대 들어 건설근로자에게 적정임금을 줘야 한다는 논의가 정부 안팎에서 간헐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최근처럼 실제 도입이 가시화된 적은 없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직접 직정임금제 도입을 담은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며,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연내 입법화를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마련한 ‘제4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에 연내 적정임금제 제도화 방안 마련 계획을 포함시켰고, 국토교통부는 이미 적정임금 산정 방식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여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국회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정임금제 도입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하도급에서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건설산업 구조 속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건설근로자는 일을 하고도 그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족한 공사비나 무리한 가격경쟁, 책임전가식 갑질 등으로 인해 가장 말단의 건설근로자 임금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늘 존재했다.
고된 노동 환경에 임금마저 제 때,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누적되면서 건설 일자리는 기피 대상이 됐고,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유지가 어려운 상황까지 몰렸다. 시장 실패의 모습이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의 진행한 적정임금제 시범사업을 결과를 보면, 적정임금제가 도입되지 않은 건설현장에 비해 건설근로자의 임금 인상 효과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적정임금제 실험이 성공하려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건설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가면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공공이 주도한 시범사업에서는 공사 낙찰률이 올라가면서 임금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은 공공의 몫으로 돌아갔다. 넓게 보면 국가 재정으로 늘어나는 건설근로자 임금을 충당하는 형태다.
문제는 민간이다. 당장은 공공을 중심으로 적정임금제가 적용되겠지만 민간을 영원히 제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임금 상승은 공사비 증가 요인이기 때문에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험이 시작된 만큼 부작용을 줄이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권해석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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