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금융위원회에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서민들의 금리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책이 외려 서민들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연 27.9%였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실제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24%로 내렸다. 그동안 추가 인하를 주장하는 쪽도 있었지만 부작용 우려에 최저금리 인하 이슈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올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저금리 인하를 다시 이슈화했다. 지난 8월 이 지사는 대부업 최고금리를 10%로 제한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민주당 대표단과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냈다. 이후 김남국 의원과 문진석 의원은 최고금리를 연 10%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정책당국인 금융위원회는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급격하게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당시 금융위 임원은 기자를 만나 “현실성 없는 법안”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대통령이 직접 검토를 지시하면서 기존 입장을 바꿔야 할 처지에 몰린 것이다.
문제는 법정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어느 때보다 클 수 있다는 데 있다. 법정금리를 인하하면 서민들이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믿고 싶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불법 사금융에 무방비로 노출될 우려만 더 키운다.
우리보다 앞서서 20%로 법정금리를 인하한 일본을 보면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금융청 조사에 따르면 대금업 이용 경험자 중 원하는 액수의 대출을 받지 못한 비율은 2010년 30.3%에서 2020년 43.2%로 증가했고, 불법 대금업 이용 경험자는 같은 기간 1.2%에서 8.8%로 증가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불법 사금융만 양산한 셈이다.
사실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면서 서민들을 보호하는 방안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부업체는 조달금리가 15% 수준으로, 고객에게 금리를 20% 이상 받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쪽에서 돈을 벌 수 있게 금융사 규제를 완화해주는 식이다.
대통령의 지시 검토를 받은 금융당국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