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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정부 전세대책 안내놓나, 못내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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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0 06:00:17   폰트크기 변경      
권해석 정책금융부 기자 haeseok@

 

   

 전세 문제가 대란(大亂) 수준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 임대차 제도가 시행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전세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줄을 서서 전셋집을 구경하고 제비뽑기로 전세 계약자를 정하는 사례도 나온다. 통계를 보더라도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전세거래 물량은 새 임대차 제도 도입 전보다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정부는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 임대차 제도 도입 이후 두세달 정도면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봤던 예측이 빗나가고 있어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전월세 시장에 대한 물량ㆍ가격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추가 대응책을 강구하라”고 했다. 지난 14일에는 “신규로 전세를 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전세 대책이 곧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걸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지금의 전세난이 새 임대차 제도의 영향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제도가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좀 더 관망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국토부 내에서는 신규 대책 마련에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국회 등에서 전세 제도 개선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당장 현실화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장 시장을 누그러뜨릴 만한 대책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전세 물량 부족은 주택이 새로 공급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지만, 당장 공급 물량을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3기 신도시 공급 예정 물량 일부를 사전 청약 형태로 제공하는 정도가 그나마 가능한 수단이다.

저금리에 비롯된 과잉 유동성 문제도 전세난 해법에 걸림돌이다. 현 전세 문제는 엄밀하게 말하면 아파트 전세물량 부족이다. 저금리로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금융비용이 줄어들면서 다소 전세 보증금이 높더라도 빌라나 다가구보다는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 빌라나 다가구 등으로 전세 수요가 분산되면 지금의 아파트 전세 품귀 현상도 줄어들 수 있지만, 정부가 국민들에게 아파트 대신 빌라나 다가구로 눈을 돌리라고 권하기는 쉽지 않다.

임대주택 확대나 월세 세액공제 등 월세로 밀려난 세입자를 지원하는 대책도 고려해 수 있으나, 전세 대신 월세를 권한다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현 전세난의 출발점은 정부ㆍ여당이 주도한 새 임대차 제도다. 어설픈 대책으로 시장 혼란을 가중시켜도 안되겠지만, 비판이 두려워 보완 대책을 내놓기 주저하는 건 더 큰 문제다.

 

권해석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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